내년 IFRS(국제회계기준) 본격 도입에 따라 건설 · 도소매 업종은 수익(매출)이 일시적으로 줄고 부채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유 ·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이 많은 기업은 기존 회계 방식보다 평가손익의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점쳐졌다. 수익인식과 재고자산평가 기준이 달라져 업종별로 실적이 들쑥날쑥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장회사협의회와 한영회계법인은 15일 'IFRS 주요 이슈 해설'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건설업종 부채비율 악화 우려

상장협과 한영회계법인은 업종별 특정 이슈로 건설 · 도소매업의 수익 인식 기준의 변경을 꼽았다. 아파트 등 건설공사 계약의 경우 현행 한국회계기준(K-GAAP)은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진행기준)하도록 했지만 IFRS를 적용하면 공사가 다 끝난 뒤 인도 시점에 가서야 수익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 채당 6억원짜리 아파트를 2년간 짓는다면 첫해에 절반 정도 공사를 진행해 3억원을 수익으로 잡고,다음해 완공 후 나머지 3억원을 수익으로 기록해 왔지만 IFRS에서는 완공 이후에 6억원을 모두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따라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공사기간 중 내는 중도금도 그동안 매출채권으로 분류했지만 앞으로는 부채항목인 선수금으로 처리해야 한다.

시행사를 연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도 이슈다. 배상일 한영회계법인 이사는 "대부분의 건설회사가 특수목적회사(시행사)에 지급보증을 해주고 시행을 맡긴다"며 "이 경우 시행사 지분을 적게 갖고 있더라도 지급보증을 했다면 재무제표 연결 대상인 종속회사가 되므로 부채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평가 · 제품 특성 따라 희비 엇갈려

유 · 무형자산 평가 방법도 큰 이슈다. 현행 기준은 개발비 등 무형자산 내용연수를 20년 이내로 정하고 있지만 IFRS에선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이나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기간 중 짧은 것을 택하도록 돼 있다. 신약 개발에 쓴 돈은 상당히 장기간 경제적 효익을 낼 수 있어 매년 개발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 수명 주기가 짧은 전자제품 개발비는 내용연수가 짧아져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정유 및 LPG업계는 재고자산 측정 방법에 민감하다. 현행 기준은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만 IFRS는 이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싸게 사들인 원유를 그대로 원가평균에 반영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유회사 등의 손익은 원유 가격에 따라 더 크게 변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일리지 · 포인트 많으면 매출 감소

금융 통신 항공 유통 등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업종은 IFRS 도입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기준은 포인트까지 모두 매출에 포함시키지만 IFRS에선 매출로 잡는 시기를 고객이 해당 포인트를 쓸 때까지 늦추는 이연처리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종은 대손충당금을 실제 발생손실만 적립하게 됨에 따라 비용감소 요인이 생기고,해운업종의 경우 유형자산인 선박 잔존가치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도록 돼 있어 손익 증감 변수가 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협은 오는 19~23일 한국거래소 별관 2층 IR룸에서 업종별 IFRS 핵심이슈 설명회를 연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장회사들이 IFRS 도입에 따른 영향을 잘 숙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IFRS 도입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