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가 실시한 세계 100대 대학 순위에서 호주 대학들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성과를 과시했다. 세계 50대 대학 안에 무려 6개 학교를 진입시켰을 뿐 아니라 100대 대학에 총 8개의 대학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17위를 차지한 호주국립대(ANU)는 하버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서울대 한 곳만 5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근대 대학의 발상지 독일이 50위권에 한 대학도 진입시키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고등교육의 파워를 과시한 셈이다.

국제무대에서 호주 대학의 이 같은 약진은 호주 국내에서 교육산업이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에 호주로 유학 온 각국 출신 학생들이 호주에 지급한 유학비는 모두 166억호주달러(약 18조2000억원)에 이르러 직전연도 155억호주달러(약 17조원)에 비해 7.0% 증가했다. 호주의 유학시장 규모는 석탄과 철광석,금 수출에 이어 단일 수출(?) 품목으로 네 번째로 크다.

호주 대학이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번성하게 된 배경에는 국가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을 고등교육 활성화로 잡고 계획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한 점이 한몫했다. 호주 정부는 교육개혁에 대한 투자를 무선 인터넷 · 통신망 구축이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과 동급에 놓고 집중 육성했다. 정부 전 부처가 효과적인 협업체계도 구축했다. 더글러스 프록터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호주 대학의 학생 충원과 국제협력 지원에 호주 교육부와 외무부,혁신부,아동교육부 등이 범정부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특히 호주국제교육기관(AEI)이라는 해외 홍보 전담기관을 만들어 호주 교육브랜드 캠페인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가 영어권 국가 가운데 중국,한국,인도네시아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유학생 유치에 적극 활용했다. 아룬 샤르마 호주 퀸즈랜드대 교수는 "세계 연구인력의 공급처인 중국,인도 인력을 끌기 위해 꼭 미국 명문대라는 물리적 장소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시기는 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호주정부는 교육 개선을 위한 자금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호주정부는 향후 4년간 기존 교육투자비 외에 54억달러를 교육과 연구 분야에 추가로 투자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교육투자펀드(EIF)'를 조성하는 등 교육개혁을 위한 재원 마련과 재원 다각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IF는 올해 5억달러가량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학생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데도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호주 교육부는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자국의 교육 서비스 실태를 조사,호주정부가 제시하는 요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학교는 퇴출도 고려하고 있다.

골드코스트(호주)=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