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 늘어나면 모든 국민들이 그만큼 더 행복해질까? 적어도 정해진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용직이나 임시직 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일을 덜한 만큼 수입이 줄어들게 되고,기업 입장에서도 코스트가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국회에 일요일을 법정공휴일로 법제화하고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제출된 뒤 이를 둘러싸고 두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공휴일을 법제화하면 국민의 휴식권이 보장됨과 동시에 근로자 삶의 질이 개선되리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휴일이 늘어나면 휴일근로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커짐과 동시에 이를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 · 적용하는 것은 노사자율의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은 근로조건에 대해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관계법은 근로조건에 대한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헌법은 또한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노동삼권을 보장하고 있으며,노동관계법에서는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노사 스스로가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협약자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편 헌법은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근로자와 달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노동삼권을 제한하고 있으며,특히 예산이나 관리 ·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협약자치의 원칙이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공휴일 법정(法定)화는 협약자치의 원칙에 대한 일종의 예외를 설정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휴일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견해 중에는 국민의 휴식권이 민간부문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므로 국민 간 차별 및 평등권 침해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공무원과 일반근로자와의 고용관계법상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보수는 국민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근로조건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비해 일반근로자의 경우 노사 간 자유로운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그러한 합의가 강행법규에 반하지 않는 한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이 '협약자치의 원칙'에 가장 부합한다.

공휴일 법제화와 더불어 또 하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대체휴일제의 도입이다. 대체휴일제란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에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것인데,이 제도 역시 일견 근로자의 휴식권을 확대하고 관광수요 증진에 따른 내수활성화를 어느 정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기업 입장에서 코스트 증가와 생산일수 감소에 따른 작업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급 주휴일제를 채택하고 있는만큼 일요일을 법정휴일로 한 다음 대체휴일제까지 도입하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이중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휴일의 법정화와 대체휴일제의 도입은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미래지향적인 면도 있지만,사회적 약자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공무원이 아닌 일반근로자에 대한 휴식권 보장이 사회적 약자와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경제적 손실을 전제로 한다면,이를 정당화할 만한 명분과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광수요의 증대에 따른 내수 활성화처럼 검증되지 않은 매우 추상적인 효과를 내세우며 민간 기업에까지 적용시키려는 것은 곤란하다. 이는 무엇보다 근로조건 협약자치라는 대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정 < 한국외대 교수·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