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쿄에서 개최된 제11차 한 · 일 민관철강협의회에서 한 · 일 양국이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원료 공급업체들의 가격인상과 합작사 설립 등에 우려를 표시하며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열렸던 한 · EU 민관철강협의회에서도 유사한 공감대가 형성됐었고, 조만간 열릴 한 · 중 민관철강협의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여 철강생산국 간 어떤 공동 대응방안이 나올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 공조 움직임은 그만큼 철강 생산업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브라질의 발레 등 철강원료 공급의 큰손들이 금년 4~6월 철광석 잠정가격을 지난해에 비해 약 90%, 유연탄의 경우 55%나 인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30년 이상 지속돼 왔던 연간고정가격 협상을 분기별 계약방식으로 바꾼다고 한 것이다. 중국의 수요 급증과 경기회복에 따른 시장가격 상승 등을 반영하기 쉽도록 하겠다는 게 이들의 의도다.

철강 생산업체들로서는 원료비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고 이 부담을 흡수하지 못하면 결국 강재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가격인상으로 전가될 게 뻔하다.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자칫 산업 전반으로 인플레이션을 확산시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문제는 국제 공조 방안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독과점인 철광석 공급업체들에 맞서 철강 생산업체들도 그런 구조로 재편(再編)되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그리고 내심 계산이 다를 수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공조를 할지도 의문이다. 상호 신뢰가 없으면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경쟁당국 간 국제공조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공정위는 호주의 BHPB사와 리오틴토 간 합작사 설립이 경쟁제한 소지가 있는지 조사중이다. EU, 일본, 중국의 경쟁당국 역시 가격인상과 함께 이 사안에 적극 공조하고 나선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