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폭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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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론 브란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갱영화 '대부'에서 가수 조니가 마피아 보스 비토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조니는 딱 맞는 영화 배역이 있지만 제작자가 자신을 우습게 알고 콧방귀도 안뀐다고 징징댄다. 마피아 행동대원이 한밤에 제작자가 애지중지하는 말의 머리를 잘라 침대 속에 넣는다. 다음날 아침 침대속에서 말 머리를 발견한 제작자는 비명을 지른다. 배역이 즉각 조니에게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조니의 실제 모델은 프랭크 시내트라,비토는 시카고 마피아 샘 지앙카나였다고 한다. 마피아는 1960년대 24개 패밀리에 15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력을 키웠으나 최근엔 크게 위축됐다.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투명해진 사회 시스템으로 검은 돈을 챙길 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마약판매 매춘 등 전통적 갱 업종에서 손을 뗀 대신 제도권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야쿠자도 새로운 영역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공연기획 영화제작 등 연예산업을 비롯 제조업,병원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단다.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야쿠자 조직 간 인수합병이 이뤄지는가 하면 경영마인드도 도입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목이 되기 위한 조건이 서열이나 싸움 실력보다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글로벌 감각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 모양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폭력조직에 소속된 인원은 5450여명으로 2001년에 비해 31.2%가 늘어난 반면 구속자는 55.2%나 감소한 604명에 머물렀다. 구속사유도 살인 폭력은 줄어들고 경제범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유흥업소 운영 등으로 한정됐던 자금원이 건설시행업,대부업,대형 집합상가 운영,기업 인수합병 관여,사행성 오락 등으로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거된 폭력조직 이태원파는 대졸자를 우대하고 키 175㎝ 이상,단정한 용모 등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혐오감을 주는 인상이면 탈락시켰다고 한다. 조직에 가입하기 위해선 2~4년간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는데다 워크숍까지 가졌을 정도다. 이쯤 되면 '조폭 비즈니스'의 등장이라고 해야 할까. 막강한 인맥을 확보하고 합법과 탈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돈을 챙기는 기업형 범죄조직이 양산되는 단계까지 가면 손쓰기가 어려워질 게 뻔하다.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조니의 실제 모델은 프랭크 시내트라,비토는 시카고 마피아 샘 지앙카나였다고 한다. 마피아는 1960년대 24개 패밀리에 15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세력을 키웠으나 최근엔 크게 위축됐다. 지속적인 소탕작전과 투명해진 사회 시스템으로 검은 돈을 챙길 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마약판매 매춘 등 전통적 갱 업종에서 손을 뗀 대신 제도권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야쿠자도 새로운 영역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공연기획 영화제작 등 연예산업을 비롯 제조업,병원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단다.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야쿠자 조직 간 인수합병이 이뤄지는가 하면 경영마인드도 도입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목이 되기 위한 조건이 서열이나 싸움 실력보다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글로벌 감각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 모양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폭력조직에 소속된 인원은 5450여명으로 2001년에 비해 31.2%가 늘어난 반면 구속자는 55.2%나 감소한 604명에 머물렀다. 구속사유도 살인 폭력은 줄어들고 경제범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유흥업소 운영 등으로 한정됐던 자금원이 건설시행업,대부업,대형 집합상가 운영,기업 인수합병 관여,사행성 오락 등으로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거된 폭력조직 이태원파는 대졸자를 우대하고 키 175㎝ 이상,단정한 용모 등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다.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혐오감을 주는 인상이면 탈락시켰다고 한다. 조직에 가입하기 위해선 2~4년간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는데다 워크숍까지 가졌을 정도다. 이쯤 되면 '조폭 비즈니스'의 등장이라고 해야 할까. 막강한 인맥을 확보하고 합법과 탈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돈을 챙기는 기업형 범죄조직이 양산되는 단계까지 가면 손쓰기가 어려워질 게 뻔하다.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