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멸치나 밴댕이와 비슷한 듯하지만 둘은 청어목 멸치과니 전혀 다른 종류다. 15~20㎝ 길이에 주둥이가 뾰족하고 배지느러미와 비늘은 없다. 등은 회갈색,배는 은백색이고 모래 속에 살면서 작은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한류성 어종으로 수온이 19℃를 넘으면 모래 속에서 잠자다 17℃ 이하로 떨어져야 나와서 활동한다. 지역에 따라 서해쪽에선 까나리,동해안에선 양미리로 통한다. 강릉 사천항 등에서 겨울에 잡히는 양미리란 생선은 진짜 양미리(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9㎝)가 아니라 까나리란 얘기다.

잡는 방법은 두 가지.동트기 전 먹이 사냥을 위해 모래에서 물로 튀어오르는 순간을 노려 바닥에 그물을 깔거나(깔그물), 짝짓기를 위해 돌아다니는 걸 겨냥해 물 속에 그물을 널어놓는(널그물) 게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촘촘한 그물 사이에 걸리면 건져올려 손으로 빼낸다.

뼈째 먹는 고칼슘 생선으로 조리법도 구이,볶음,조림,찌개 등 다양하지만 생선 자체보다 액젓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까나리액젓은 수심 3~4m 바다에서 4~6월께 잡은 작은(13~15㎝) 까나리로 만드는데 백령 · 대청도 산(産)이 특히 유명하다.

뼈가 덜 여문 봄철 까나리를 천일염과 함께 10~15개월 숙성시키면 까나리는 녹아 가라앉고 맑은 국물만 뜬다. 이걸 걸러낸 게 까나리 액젓인데 비린내가 적고 맛이 깔끔한데다 끝맛이 살짝 단 게 특징이다.

김치 담글 때 멸치젓이나 새우젓과 함께 이용하면 멸치젓만 썼을 때보다 담백하고 새우젓만 넣었을 때보다 달콤하다. 불고기 잴 때 넣으면 고기가 연해지고 나물 요리나 파무침 때 쓰면 감칠 맛을 낸다.

백령도 까나리액젓은 연평도 꽃게,강화 새우젓,장봉도 김,영흥도 바지락과 함께 2005년 인천광역시 '으뜸 품질' 인증을 받았다. 백령도 어민들이 봄철 까나리잡이로 올리는 수입은 한 통(300ℓ)에 25만원.운이 좋으면 하루 30통까지 잡는다니 보통 수입원이 아닌 셈이다.

예년 같으면 까나리잡이로 시끌벅적했을 백령도 장촌포구에 침묵과 시름만 가득하다고 한다. 천안함 인양작업으로 그물을 설치할 수 없는 탓이다.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실종자 가족을 앞에 두고 내색도 못하고 애만 태운다는 소식이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어민들의 가슴 역시 하루하루 바짝 타들어갈 것이다. 실로 잔인한 4월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