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끝인 줄 알았어요. 은행에서 무역금융 한도를 확 줄이는 바람에 자금 압박이 컸죠.중소기업진흥공단이 융자금을 출자전환해줘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엠씨넥스의 민동욱 대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오싹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엠씨넥스는 창업 1년 만인 2005년 101억원,2006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07년 들어 IT 업종 불황 여파로 거래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확 달라졌다. 매출채권이 묶인 데다 금융기관마저 무역 및 구매자금 한도를 최고 50%까지 줄이면서 자금줄이 꽉 막혔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이 중진공이다. 중진공은 2007년 11월 2억8000만원을 신용 융자해준 데 이어 이듬해 4월에는 4억4600만원(지분 1.8%)의 융자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엠씨넥스가 단기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기술력에 변함이 없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엠씨넥스는 이후 금융권의 신용 한도가 늘고 창업투자사의 투자로 자금난에서 벗어났다.

중진공의 출자전환사업이 중소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사업을 펼쳐온 중진공은 현재 고려오트론 글로벌써키트 금강기건 등 43개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분율은 1~10%대로 미미하지만 숫자로는 대기업그룹을 뺨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김태수 중진공 투자금융팀 과장은 "출자전환할 당시만 해도 재무건전성이 나빴지만 이후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서 매출액이 평균 200억~300억원대의 알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진공의 출자전환 사업은 성장 가능성과 미래수익가치,기업공개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뤄진다. 출자전환 기업에 대해서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산성 향상 · 재무관리 · 기술교육은 물론 경영컨설팅,해외마케팅 지원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구미공단에서 광학필름장비를 생산하는 피엔티(대표 김준섭)는 2008년 10월 중진공에서 융자받은 6억원을 포함,총 20억원을 들여 웨이퍼그라인딩머신을 지난해 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1대를 국내 대기업에 납품했고 추가 수주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김준섭 대표는 "사실 융자금을 갚아나가는 게 부담이 됐는데 출자전환(지분 6.7%)을 받아 부채비율이 낮아지면서 금융권 거래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코리녹스(대표 오권석)도 2004년 부산 녹산공단에 스테인리스 냉간 · 압연 공장을 증설하면서 한때 자금압박을 받았지만 중진공이 융자금 중 일부인 5억원(1.7%)을 출자전환 해줘 추가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진공은 앞으로 출자전환과 함께 기업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전환사채 인수 방식의 성장공유형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성장공유형 사업은 융자 시점에 1%의 고정금리를 적용,기업 부담을 더는 대신 2년 거치 기간이 종료되면 언제든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다. 중진공은 성장 공유형으로 2008년 33개 업체 154억7900만원,2009년 58개 업체 370억7700만원,올 들어 3개 업체 23억8000만원 등 모두 94개 업체에 558억8600만원을 지원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성장공유형 사업으로 지원받은 기업 중 기업공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5월부터 주식전환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진공 사단에 속하는 중소기업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