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엑스포는 산업혁명으로 당시 세계 최고의 공업경쟁력을 갖춘 영국의 부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람회'를 저술한 요시미 순야 도쿄대 교수는 "런던 엑스포는 기계생산을 통한 대영제국의 풍요로움을 알렸다"고 말했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주로 개최한 엑스포는 20세기 들어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오면서 대중 소비 문화를 꽃피우는 데 일조했다고 요시미 교수는 진단했다. 오사카 박람회가 열린 1970년을 전후해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상하이엑스포를 개최하는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골드만삭스가 최근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서남쪽을 향해 자동차로 4시간가량 달리면 나타나는 이우시.톨게이트를 지나 10여분간 시내방향으로 들어가자 끝도 없이 이어진 5층짜리 건물과 마주쳤다.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진 이곳은 인류가 사용하는 50만여가지의 물건 중 40만가지가 거래된다는 이우시장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외래어와 중국 남방어가 귀를 때린다. 외국 바이어들과 상점주인 간의 열띤 흥정이 이곳 저곳에서 한창이다. 가발가게 주인은 "우이시장이 문을 닫는다면 세계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웃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란 책을 낸 미국의 사라 본지오르니는 "프린터의 잉크,아내의 그림붓,아이의 선글라스,휴가 때 신을 샌들,갈아 끼울 전구도 중국 것이 아니면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19세기와 20세기의 키워드인 산업혁명과 정보기술(IT)혁명의 바통이 21세기 들어 '중국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重回漢唐

"중국이 150년 만에 노동력이 아닌 첨단기술로 다시 미국 철도를 건설한다. " 지난 9일 중국 신문 천바오의 헤드라인 기사다. 중국 철도부와 미국 GE는 전날 미국 고속철도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를 닦은 것은 미국인이 아닌 '쿨리(Coolie · 저임금노동자)'라 불리던 중국인들이었다. '침목 하나에 쿨리 한 목숨'이란 말이 전해질 정도로 험난한 작업이었다. 그 중국인들이 이젠 삽과 곡괭이가 아닌 첨단기술을 들고 미국에 고속철도를 건설한다.

상하이에서 배로 30분 정도 들어가면 나타나는 창싱다오.'섬 전체가 조선소'라고 불릴 정도로 크고 작은 조선업체가 몰려있다. 항공모함부터 배라는 배는 모두 제조되는 창싱다오는 500년 전의 영화를 재현하는 현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조선수주 1위의 자리를 빼앗아 명나라시대 이후 처음으로 최고 조선국가라는 자리를 되찾았다.

중화부흥에 대한 열망은 베이징올림픽 개최기념으로 국영 CCTV가 발표한 '다시 한 · 당으로 돌아가자(重回漢唐)'라는 노래에서 잘 나타난다. 당시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담은 '대국굴기'와 TV 프로그램 '부흥의 길'은 중국인들을 흥분시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로버트 포겔 교수는 최근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204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123조달러(구매력 데이터 기준)에 달해 세계 GDP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한 · 당시대에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했던 GDP 규모와 일치한다.

◆빅 브라더 중국

"부동산 거품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스티브 킨 금융경제학부 교수) 호주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가격이 작년 평균 10% 이상 치솟았다. 버블 형성의 주인공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은 '차이나 달러'.원저우상인 저장상인 등의 상단(商團)들이 투자단을 조성,호주에 들어와 마구잡이로 주택을 사들이는 바람에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 런던의 주택가격이 지난 3월 말 현재 작년 저점대비 13% 오른 것도 같은 이유라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은 부동산뿐 아니라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볼보 등 서방자본과 제조업의 상징적 업체들은 물론 해외 자원들이 중국의 수중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가고 있다. 지난해(회계연도 2009년 4월~2010년 3월) 중국에 의한 글로벌 M&A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급증한 2092억달러에 달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세계의 큰 손'에 이어 '세계의 시장'이란 타이틀까지 거머쥐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일 상하이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40여분 떨어져 있는 자송종루.명품 할인매장인 '헬로 아울렛'에 들어서자 포르쉐 BMW 렉서스 등 고급 외제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5000위안,3000위안 등의 가격표는 제품을 고르는데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버버리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 100여개의 명품 브랜드에 환호하고 있을 뿐이었다. 중국에선 작년 94억달러어치의 명품이 팔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명품시장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영의 관문

올초 중국 정부와 구글의 싸움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줬다.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해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나 구글은 끝내 중국 시장을 버리지 못했다. 중국이 아닌 홍콩을 우회해서 검색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인권을 옹호하던 많은 미국 기업들이 구글의 편에 서서 공개적으로 싸우지 못한 것도 주목거리다. 독일 지멘스의 중국법인 관계자는 "중국은 사실상 하나의 회사"라며 "최고 경영자격인 중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 푸둥의 금융가를 걷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 중 상당수는 금융전문가일 게 분명하다. 상하이 시정부는 집과 학비까지 대주며 이들을 유치했다. 세계의 공장이며 시장인 중국은 돈을 뿌려가며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나섰다. 중국의 부활이 세계 기업과 인재를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거대한 블랙홀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