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한은, 환율 정책 공조 주목

원.달러 환율이 1,110원 선으로 떨어지면서 세계적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와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조만간 환율이 1,000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 정권 초기 경제팀을 구성했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달 초 나란히 복귀하면서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환율 19개월 전 수준으로 하락
11일 한국은행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8.2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2008년 9월17일의 1,116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전 저점인 1,116원을 밑돌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9월16일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환율은 작년 12월 중순 1,180원 선에서 올 1월13일 1,119.80원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을 노리기도 했지만, 이른바 유럽의 `PIIGS'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2월 초 1,170원대로 치솟았다.

이후 수출의 호조세와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외화 공급이 확대되자 하락세를 재개했다.

작년 말 이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률은 4.1%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로, 영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주요 11개 국가 통화 중 최고 수준이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100엔당 1,200원 아래로 떨어졌다.

9일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8.80원 떨어진 1,195.42원으로 고시되면서 2008년 10월14일 1,179.00원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1,100원 놓고 당국과 공방 예상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1월에 무산됐던 1,000원대 진입 시도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21억9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두달 연속 흑자를 유지한 데다 증시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9일까지 8조원(약 70억달러) 가량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채권 시장에서도 6조7천억원(약 59억달러)을 순매수했다.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삼성생명의 기업공개(IPO)에서 1조8천억원(약 16억달러) 가량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정된 점도 심리적인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환율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8일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와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한 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2~13일 방미 기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흑자를 유지하는 데다 삼성생명 상장과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하락 요인이 많아서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세가 가세하지 않는다면 1,100원은 지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청.한은, 환율 공조 주목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하면 외환시장 내 심리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환율을 세자리로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의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환율 급등기처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달 취임한 최 수석이 환율 하락으로 경제에 부담이 오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 수석이 기획재정부 차관일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경제 하방 위험으로 꼽았으며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9일 위안화 절상이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점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환율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 경제안정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은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여서 청와대와 재정부, 한은이 인식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위안화 절상 여부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점이어서 과거와 같이 정책 공조를 외부에 공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