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의 훈풍을 탈 것으로 기대됐던 술 · 담배주가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 술 소비 증가와 '월드컵 특수' 기대에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담배업체인 KT&G 주가는 8일 0.16%(100원) 내린 6만2300원에 마감됐다. 지난해 4월13일 7만6500원을 기록한 뒤 1년 새 18.5%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당분간 개선될 조짐이 없다"며 KT&G의 목표주가를 종전 7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내렸다.

주류업체인 진로와 하이트맥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이날 0.71% 내린 14만원을 기록했다. 올초(1월4일) 17만원과 비교하면 17.6% 떨어졌다. 지난 연말 4만원대였던 진로는 3만5500원에 마감,3만원 중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은 하이트맥주의 목표주가를 19만200원에서 16만2000원으로 낮췄고,미래에셋증권도 '최악의 실적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17만8000원에서 15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술 소비가 늘면서 주류업계의 실적도 좋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표 주류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이트맥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7.0%,48.3%감소할 것"이라며 "주류 소비가 올해에는 맥주 0.3%,소주 2% 이상 증가하겠지만 그 효과가 반영되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싼 가격에 계약한 원재료(맥아)가 아직 생산과정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담배업체는 흡연율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다. KT&G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 부문에서도 원화 강세와 수요 부진으로 저조하다는 점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 연구원은 "오는 6월께로 예정된 '다비도프' 브랜드 라이선싱을 제외하면 강력한 조치가 없어 점유율 회복을 낙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술 소비가 월드컵 특수 등으로 본격 살아나고 새 담배가 시장 호응을 얻을 경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