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큰 울림.' 미세한 선율의 실내악 앙상블은 500석 이하의 실내악 공연장에서 들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2~10명이 오순도순 대화하듯 연주하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 즐기는 게 좋다. 그야말로 '체임버(Chamber · 방) 뮤직'이기 때문이다. 바로크 시대에도 당시의 건축 기술 등의 이유로 소규모 공간에서 연주됐다.

국내에서는 서울 세종체임버홀과 금호아트홀이 최고 실내악 공연장으로 꼽힌다.

세종체임버홀(430석)은 벽면을 콘크리트 재질로 마감하고 무대 바닥도 단단한 나무로 만든 덕분에 음이 객석의 끝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소리가 특정 지점에 머무르는 공진현상도 없다. 또 잔향시간(발생된 음의 크기가 -60dB까지 떨어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 1.6초로 확보해 최적의 음향 조건을 구비했다. 서춘기 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팀장은 "세종체임버홀은 제작 당시 다른 공연장과 다르게 소형 모델을 만들어 수차례 음향 실험을 하면서 건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세종체임버홀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의 강효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지난 7일 쇼팽의 '녹턴 D단조'와 슈만의 '피아노 5중주 Ed장조'를 연주했고,12일 탄둔의 '고스트 오페라' 등을 들려준다.

바리톤 고성현(10일),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11일),소프라노 유현아(22일),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엔리코 가티(25일),피아니스트 백혜선(24,29일)의 공연도 이어진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금호아트홀(390석)은 연간 300회 공연을 올리는 전통 클래식 공연장이다. 2007년에 국내 최초로 상주 실내악단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를 창단해 화제를 모았다.

이 곳의 구조는 실내악 공연에 가장 이상적인 박스형 직사각형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청각은 음향의 위 · 아래보다 좌 · 우로 민감하기 때문에 성냥갑처럼 생긴 금호아트홀이 실내악의 최적 공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음향 설계는 일본 NHK엔지니어링이 맡았다.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2010 시즌 공연은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피아니스트 겸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김대진씨가 이끄는 이 악단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씨와 백주영씨,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 등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 16명으로 구성됐다.

15일에는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플랑크의 '고성으로의 초대' 등을 들려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