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패션 · 잡화 브랜드인 '쌈지'가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국거래소는 7일 코스닥 상장사인 쌈지가 전날 부도남에 따라 상장폐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쌈지는 8일부터 16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17일 증시에서 퇴출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4억4600만원 규모의 약속어음 3장에 대해 "쌈지가 발행한 것이 아니다"며 위 · 변조 신고를 했지만,금융결제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3년 가죽 제품 전문업체로 시작한 쌈지는 1990년대 중반 가죽 커버를 씌운 다이어리 붐을 일으키며 연매출 1800억원 규모의 중견 패션 · 잡화 업체로 성장했지만,전성기는 그때뿐이었다. 2000년대 들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MCM 루이까또즈 등 유명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오자 쌈지는 설 땅을 잃었다.

패션 · 잡화 부문에서의 부진을 신사업을 통해 만회하려던 쌈지의 전략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쌈지는 '문화와 패션의 결합'을 표방하며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를 만들고 서울 인사동에 문화공간 '쌈지길'을 조성했지만,수익성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뛰어든 영화 제작 사업은 쌈지의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지난해 12월엔 16개 점포에 입점한 롯데백화점에서 자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매출은 578억원이었고,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편 '딸기가 좋아' 브랜드의 경기도 파주 테마파크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3곳에 있는 키즈카페 소유권과 지식재산권은 지난해 10월 ㈜어린농부로 이관된 만큼 쌈지 부도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오상헌/안상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