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이 본격 시작됐다. 다음 주 신세계(12일)와 포스코(13일)가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하고 넷째 주엔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몰려있다. 미국에서도 오는 12일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의 실적발표를 계기로 어닝시즌에 돌입한다.

양국 주요 기업들 모두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돼 증시에는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3월 이후 주가 급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어,실적발표 이후 추가 상승폭은 다소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연 돋보이는 한국 IT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추정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150개 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9조859억원으로 작년 4분기(13조5301억원)에 비해 41%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작년 3분기(18조4714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에 부합한 것을 시작으로 LG전자 삼성전기 하이닉스 등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IT주들의 이익 개선폭이 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나라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강과 자동차 등 다른 수출주들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IT업체들의 실적 개선폭이 워낙 커 시장 전체의 이익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인텔 등 미국 IT주들은 1분기가 비수기인 탓에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금융주 주목

미국에선 IT주보다 금융주의 이익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미국 은행들이 작년 4분기까진 추가 자산상각 등의 여파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는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이익 증가폭이 클 것"이라며 "국내에선 제조업체들이,미국에선 금융회사들이 어닝시즌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주들은 다음 주 JP모건체이스(14일)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15일),뱅크오브아메리카(16일) 등이 줄줄이 실적을 발표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금융업종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철강 등 소재(140%)와 경기소비재(78%) 업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대형주로 구성된 S&P500 기업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관전포인트는 향후 경기 방향성

양국 증시가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한 뒤 변곡점을 맞고 있어 이번 어닝시즌은 향후 주가 방향을 점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 상무는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2월을 기점으로 꺾이고 있어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제시되는 기업들의 2분기 이후 전망을 통해 향후 경기의 방향성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기대치가 많이 높아져 있는 데다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실적발표가 오히려 차익실현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삼성전자도 정작 1분기 잠정 실적발표 후 소폭 반락했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