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도의 핵안보 정상회의(11일)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9~15일),김일성 생일(15일) 등 정치일정과 베이징의 분주한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가 유력하다. 4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방중이 세계적 이목을 끄는 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 · 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리스크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다. 김 위원장의 방북이 성사됐다는 자체만으로 북 · 중 간 6자회담에 대한 교통정리를 끝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더라도 최소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불러내는 게 당면 과제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 같은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한 토대 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면서 중국의 6자회담 복귀 요구에 대해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6자회담 복귀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한 선물을 중국 측에 보냈기 때문에 방중이 가능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남 정은의 동행 여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김 위원장은 2008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방중을 차기 후계자를 공식 데뷔시키는 무대로 삼는다는 차원에서 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은이 김 위원장과 이번 방문에 동행한다면 후계자를 대외에 공식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정은이 후계자로 국제사회에 공식 데뷔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이를 계기로 세습작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연내 남북정상회담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6자회담 복귀로 이어지고 결국 남북정상회담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