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머니'(angry money)의 역습인가?

펀드환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07년 펀드열풍을 타고 유입된 개인들의 펀드자금이 코스피지수 1700선 부근에서 지속적으로 환매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1700선 이상에서 집중적으로 유입된 주식형펀드 자금이 지수 상승과 함께 환매에 적극 가담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중 주식형펀드에서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2개월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다. 반면 채권펀드나 단기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들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스피지수 1700선 이상에서 본격적인 환매와의 실질적인 조우 가능성이다.

외국인이 이날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1700선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날 코스피지수 1700선 이상에 포진해 있는 환매 대기물량이 17조~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양창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1년간의 환매패턴을 보면 지수가 더 올라서 전고점인 1720선에 근접할수록 펀드 환매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 혼자 사는 현재와 같은 수급상황이 펀드환매 압력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적어도 수급상으로는 지수 순항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2007년 '펀드러시'(Fund Rush)에 가담했던 투자자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환매에 대한 예측 결과가 더욱 뚜렷해진다는 설명이다.

당시 실질금리가 높은 시기였는데도 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저축성 예금을 외면하고 주식형펀드에 '모두걸기'를 한 것은 이들 투자자들이 펀드투자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펀드열풍에 휩쓸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반토막난 펀드평가액에 화난 투자자들이 지수가 1700선에 올라서자 원금회복에 대한 갈망이 커진 상태에서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앵그리 머니'들의 역습이 시작된 셈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긴축과 규제 등의 위험요인과 함께 재정위기라는 험악한 말까지 도는 현재 상황은 심리적인 부분에 매우 취약한 펀드투자자들의 환매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수가 전고점을 넘어 상승할수록 이들 자금은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좀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은 보편적이더라도 가장 타당한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규모 감소와 국내 경기모멘텀 희석 우려가 어우러지면서 마디 지수대인 1700선 안착 과정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이 전반적인 시장의 반등 기대감까지 훼손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기 동향을 둘러싼 논란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모멘텀 훼손'이 아닌 '경기의 속도 둔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실상 국내 경기모멘텀 둔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주가에 반영돼 왔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향후 장세의 전개과정에 거는 기대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리스 등 대외변수가 여전한 만큼 보편적이더라도 가장 타당한 수출주(株) 중심의 투자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수의 추가 반등 기대감을 열어두고 실적 기대감의 전면에 자리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핵심 수출주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