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출시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이 주식거래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아성'을 넘볼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특유의 기동성을 살리는 주식거래 서비스가 개화되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식거래가 상당 수준으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KB투자증권과 SK증권이 아이폰 주식거래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주식거래의 장이 열렸다.

현재 이들 증권사에 이어 미래에셋증권, 동양종금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윈도 기반 옴니아2에서 증권거래서비스를 실시 중인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이달 안에 아이폰용 주식거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에서 주식거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PC의 HTS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주식거래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웹트레이딩 같은 스마트폰 모바일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통상 웹트레이딩 거래는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지만 HTS에 비해 속도나 기능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증권사 대부분이 주식거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거래를 통한 주식거래 비중이 1~2년 내에 현재 3% 내외에서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주식거래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 개인투자자가 PC 앞에 앉아 온종일 HTS를 볼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서라면 직장인들도 언제 어디서나 시세를 조회하고 주식매매를 할 수 있다.

기존 휴대전화나 PDA를 이용해 주식거래가 가능했지만, 휴대전화 등을 통한 인터넷 접속비용이 만만치 않아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고, 터치스크린 기능을 통해 사용자 환경이 크게 개선돼 이전과 다른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또 스마트폰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모바일 주식 거래 활성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국내 판매대수가 50만대를 돌파했고, 삼성 '옴니아2'도 60만대를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론 올해 스마트폰시장은 작년 대비 57.7% 증가한 2억7천200만대로, 전체 휴대전화시장의 20.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거래 미활성화로 스마트폰 주식거래 수수료가 온라인 거래에 비해 비싸고,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단순한 시세조회에서 주식매매까지 나아갈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갖춘 HTS를 스마트폰상에서 그대로 구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스마트폰만의 '모바일성'을 활용한 주식거래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관심 종목이 미리 설정해 둔 매수ㆍ매도가격에 근접하면 알람을 줘서 매매케 하는 서비스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휴대전화 카메라로 보는 실제 영상 위에 실시간으로 다양한 가상 정보를 결합해 보여주는 서비스)'을 활용해 특정 물건을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에 비추면 해당 제조회사의 정보와 주가가 뜨는 서비스 등이 업계에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KB투자증권 황원철 IT센터장은 "스마트폰 주식거래의 장점은 시공간 제약이 없다는 점"이라며 "현재까지 스마트폰 주식거래는 기존 PC의 HTS 기능을 스마트폰에 옮겨온 것이었다면 앞으로 이런 '모빌리티 컨텍스트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