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레안드로 센터 기용도 허사

현대캐피탈이 고비마다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한항공의 기세를 짓눌렀다.

현대캐피탈은 3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박철우(15점), 헤르난데스(12점), 이선규(14점.블로킹 6개), 하경민(11점) 등 4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골고루 활약, 서른 개나 실책을 남발한 대한항공을 3-1(31-29 25-23 18-25 25-15)로 제압했다.

2005년 프로 원년부터 빠짐없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단기전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 다섯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80%였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긋지긋한 '플레이오프 징크스'를 떠올려야 했다.

대한항공은 2006-2007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서 1승6패로 참담한 성적을 냈고 세 차례 연속 탈락했다.

대한항공은 공격 화력과 높이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지만 승리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리드를 당하면서도 서두르지 않았고 승부처가 도래하자 특유의 강한 응집력으로 결정적인 포인트를 쌓았다.

1세트 시작과 함께 신경전부터 불을 뿜었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1-1에서 현대 속공이 인으로 판정되자 곧장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이에 질세라 26-26에서 터치네트를 비디오로 돌려봐달라고 했지만 기각됐다.

세트 중반까지는 외국인 선수 레안드로(대한항공)와 헤르난데스(현대캐피탈)의 치열한 고공 강타 공방.
레안드로가 캐넌 서브로 현대 리시브가 흔들린 틈을 타 3점차 리드를 잡았다.

김호철 감독은 10-15까지 밀리자 해결사 박철우를 투입했다.

박철우는 기대에 부응하며 어려운 토스를 두 번 연속 스파이크로 뚫어 추격에 불을 댕겼다.

듀스로 접어든 1세트 승부에서 대한항공이 한 점씩 앞서가다 29-28에서 신영수가 끝낼 찬스를 잡았지만 놓쳐버렸고 현대 임시형이 결정적인 블로킹을 성공시켜 세트를 따냈다.

2세트도 비슷한 양상. 좌우 화력이 좋은 대한항공이 강동진, 김학민의 세트플레이로 활로를 뚫어 17-14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헤르난데스가 힘을 내며 20-20 동점을 끌어냈고 이선규가 이동현의 속공을 가로막기로 잡아 24점째 결정적인 포인트를 따냈다.

이어 교체 투입된 송인석이 지능적인 쳐내기로 25점째를 마무리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섰다.

3세트는 대한항공의 매서운 반격이 빛났다.

레안드로를 빼고 김학민이 백어택으로 공격 루트를 개척한 대한항공은 레안드로가 20-17에서 두 번 연속 블로킹을 성공, 18점만 주고 한 세트를 따라붙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세트.
선발로 나온 박철우가 시간차와 백어택, 서브에이스로 기세를 올렸고 임시형이 빠른 공격으로 대한항공의 앞선을 흔들었다.

확실히 승기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박철우가 자유자재로 강타를 터트려 14-7 더블스코어로 벌렸고 이선규가 24점째를 올린 뒤 상대 서브 실수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신영철 감독은 부실한 센터진을 보강하려고 208㎝의 장신 레안드로를 센터로 투입해봤지만 이미 흐름을 탄 현대캐피탈을 멈춰세우기는 힘들었다.

대한항공은 김학민(17점)이 분전했고 신영수(14점), 강동진(14점)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레안드로(14점)을 실책을 9개나 저질렀다.

박철우는 경기 직후 "세트 중반에 들어가서 팀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아 부담도 적도 기분도 좋다"면서 "대한항공은 워낙 강한 팀이라 쉽게 승부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1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천안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