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G20(주요20개국) 5개국 정상들이 30일 출구전략(위기시 폈던 재정 ·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전략)국제공조 등 회원국 간 기존 합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G20 정상회의를 이끄는 이들 5개국 정상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 관계자는 "1999년 G20 협의체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5개국은 G20 정상회의 전 · 현직 의장국들로 의제와 일정을 사실상 주도하는 조정그룹(steering group)이다.

◆공동서한 주요 내용

각국 정상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달된 서한은 크게 세가지를 담고 있다.

첫째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정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기시 긴박하게 대처했던 G20 체제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됐다"며 "상황이 좀 나아지더라도 만족감에 빠지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게 서한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출구전략 등 모든 논의들은 국제 금융협력 분야 최상위 포럼으로 부상한 G20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셋째는 지난해 피츠버그정상회의 등을 통해 합의된 사항들을 차질없이 이행,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까지는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서한 왜 나왔나

출구전략에 관한 국제공조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조치가 나왔다. 직접적인 계기는 두 가지였다. 호주와 이스라엘 인도 등 몇몇 국가의 선제적인 금리인상과 미국의 독자적인 금융규제 대책 발표,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G2(미국과 중국)의 사실상 출구전략 시도가 그것이다.

특히 G2의 움직임으로 출구전략 국제공조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일각에서 국제경제질서 최고 논의의 틀인 G20이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G20 조정국들은 따라서 이번 공동서한을 통해 출구전략에 관한 국제공조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서한은 최근 선제적인 출구전략에 나선 일부 국가들을 겨냥,"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기주의를 극복하려는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며 '이기주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공동서한은 또 "재정 통화 외환 무역정책이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맞도록 협조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거론,중국과의 무역갈등을 빚는 미국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공조 잘 지켜질까

하지만 출구전략에 관한 국제공조가 잘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각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다르고 금융시장 발전 정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일률적이고 보조를 맞춘 출구전략 구사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20 정상회의 준비위 관계자는 "그렇다고 한쪽에서만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앞서 시행할 경우 국제 자본흐름에 불균형을 야기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출구전략을 시행하더라도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등 최소한의 공동원칙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이번 공동서한 멤버로 참여,국제공조를 앞장서 주창함에 따라 향후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와도 먼저 시행하기 어려운 일종의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올 하반기에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종태/홍영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