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투자자들에게 버블(거품)을 전가하려는 투기적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비이성적 과열이다. "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연구위원은 30일 '자본시장 위클리' 기고문에서 최근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투자 열기를 이렇게 비판했다. 스팩은 인수 · 합병(M&A)만을 목적으로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로,상장 후 우량기업을 합병해 가치를 키워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

김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금도 스팩은 고평가 상태"라며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스팩 투자에 오해와 환상을 갖고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기적 수요가 사라지면 거품이 꺼질 것이고 결국 공모가 수준으로 회귀하려 할 것이므로 고가에 추격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팩의 버블이 생기게 한 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오해로 자금반환 부분을 꼽았다. 스팩이 기업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 매입가가 아니라 공모가를 기준으로 투자금을 반환하는데,많은 사람이 이를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어 스팩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은 결국 합병을 어렵게 해 스팩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팩의 주가가 급등하면 실질적인 기업가치인 순자산가치와 상장 프리미엄에는 변동 없이 형식적 기업가치인 시가총액만 늘어난다"며 "인수대상 기업 입장에선 버블이 있는 스팩과 합병할 경우 합병 비율 산정 시 손해를 보게 돼 합병을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평가된 스팩은 합병 매력이 떨어지게 되고,스팩의 경영진은 경쟁력과 협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합병 매력이 떨어지는 이러한 점을 '스팩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김 연구위원은 "스팩은 3년 이내에 우량기업을 인수해 이익을 얻는 중장기 투자처"라며 "중장기 투자 여력이 없는 단기투자 성향의 개인에게 스팩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스팩 투자 권유나 광고에 있어 상품의 본질과 위험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사들도 단기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규모 스팩만 양산할 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에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진 대형화,전문화된 스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지 한경닷컴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