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법원을 떠나 로펌 변호사가 된 필자에게 연수원장이라는 직함이 덧붙여졌다. 로펌에 웬 난데없는 연수원? 연수원 설립 계기는 로스쿨 출범과 무관하지 않다. 예비법조인 역량을 높이는데,로펌이 일조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조직과 교육시설을 갖춰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덕분에 지난 겨울에는 로스쿨 학생들을 자주 접했다. 예전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이 아련히 떠올랐고,그 때의 젊음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감회에 젖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젊은 목소리가 들리는 자리에 끼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쁨인가?

로스쿨 학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실무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의 실제 생활과 살아있는 사건이었고,원하는 것은 공동체험이었다. 문제는 변호사들이 워낙 바쁜지라,가만히 두면 학생들 지도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멘토 변호사를 공격적인 방법으로 괴롭히라고 주문했다. 식사를 할 때가 되면 변호사들 방문 앞에서 어슬렁거리거나,하찮은 질문거리도 만들어 자주 방문하라고 했다.

50여명 지원자들의 면면을 보니 변리사 회계사 의사 약사 기자 등 경력이 화려했고,박사학위 소지자도 있었다. '이제는 한 직종의 자격이나 고학력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여의치않은 세상이 됐구나'라는 생각에 새삼 젊은 세대의 취업난을 절감하면서,법조의 전문성은 더 심화되리라는 기대를 가져보았다.

세미나를 마치고 늦은 저녁 그들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민사재판 방청 후에는 소감을 물어 보기도 했다. 최근 대법원이 로스쿨 학생들을 상대로 모의재판 대회를 열었는데,실력이 실제 법조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라든가,영어에 능숙하면 한국 로스쿨 졸업생이 미국 월가 로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어느 외국인 로스쿨 교수의 말에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낙관 뒤에는 불안과 걱정도 깔려있음을 숨길 수 없다. 이들 학생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실무수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로펌이 부족하고,시설이나 전문 강사진 등 교육 여건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 로스쿨 학생들의 실무수습 운영에 관해서는 로스쿨,관계기관이나 변호사협회,로펌 간의 논의도 별로 없다.

미국에서는 최근 법률시장의 변화로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진학을 후회하거나 진로에 대한 불안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혹시 우리나라 로스쿨 학생도 비싼 수업료와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고 백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든다.

법조인의 공급 확대는 질적 저하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변호사가 사건수임에 쫓겨 사회갈등을 봉합 조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장할 위험성도 있다. 법치주의 선봉에 설 변호사들을 잘 길러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juhlee@hwaw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