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사극 '추노(사진)'가 25일 시청률 35.9%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민초들의 애환을 추격 액션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가장 높은 30%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KBS가 거둔 광고 수입만 500억원에 달했다. 본방송과 재방송,세 번째 방송 등 직접 번 광고 수입이 150억원이고 다른 시간대 끼워팔기 금액이 350억원 안팎이다.

대박을 이끈 공신은 이 드라마의 공식 제작사이자 문화산업전문회사인 '유한회사 추노'다. 이 회사는 지난해 KBS와 초록뱀미디어가 20억원씩 출자해 자본금 4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대표는 KBS의 최지영 책임프로듀서가 맡았다.

'유한회사 추노'는 페이퍼컴퍼니로 자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KBS와 초록뱀미디어 등에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중간 결산 결과 총비용(제작비) 80억원,총수입 82억원으로 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총수입 중 수출액은 30억원(추정치),협찬,케이블방송사 재판매,DVD와 IPTV 등에서 52억원을 벌었다.

'유한회사 추노'는 단순히 한 편의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됐을 뿐,장부상 이익을 실현하지 않는 회사다. 실제로 제작은 초록뱀미디어가 맡았고,광고 수익은 방영권을 지닌 KBS의 몫이었다.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드라마 '추노'를 기획한 KBS가 제작비를 전액 조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록뱀미디어 측과 초기 투자금을 분담해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 것.드라마 판권은 유한회사가 갖지만 2~3년 후 청산하면 KBS로 귀속된다.

가장 큰 장점은 제작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지영 대표는 장혁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할 때 KBS 조직 내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파산 위험성은 높은 편이다. 총제작비의 절반(40억원)만 자본금으로 갖고 출범했기 때문이다. 시청률 저조로 판권 판매가 부진하면 나머지 40억원의 제작비를 채워넣을 방법이 없다는 것.회사 대표는 세금 관련 등 모든 법적 책임도 진다. 이 때문에 KBS는 성공 확률이 80% 이상일 때만 문화산업전문회사를 만든다.

또 다른 약점은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KBS가 엄청난 광고 수익을 거둔 데 반해 '유한회사 추노' 관계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동기부여형 구조를 만드는 게 남은 과제다.

이 같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전문회사 설립이 활발해지고 있다. 2006년 말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TSG프로덕션을 필두로 지금까지 30여개사에 이른다. 분야도 드라마 '바람의 나라''선덕여왕''아현동 마님',영화 '라디오 데이즈''트럭''불꽃처럼 나비처럼',이승철 콘서트,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까지 문화콘텐츠 전반을 아우른다.

문화산업전문회사는 특정 문화콘텐츠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를 일컫는다. 2006년 6월부터 시행된 개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회사의 자산을 문화산업의 특정 사업에 운용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 · 사원 · 주주에게 배분하는 회사'로 규정돼 있다. 프로젝트 수익은 투자지분율에 따라 나눈다. 손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투명한 회계와 투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 방식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제작사가 빚을 안고 있어 새 프로젝트를 위해 받은 돈을 빚 갚는 데 써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전문회사는 프로젝트의 모든 권한을 한곳에 집중함으로써 자금의 유용 및 횡령도 방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창투사 등 외부 자금의 유입 통로로 활용할 가능성이 많다. 콘텐츠진흥원에 문화산업전문회사로 등록하면 소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김요한 문화부 사무관은 "문화산업전문회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며 "자금 조달과 집행이 투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