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증거 발견 실패..납치과정 규명 못해

경찰은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살해 피의자 김길태(33)에게 강간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18일 사건기록을 넘긴데 이어 19일 오전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김영식 부산지방경찰청 차장은 이날 오후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밝힌 범행 전모 = 김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7시7분∼8시50분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에 침입, 이 양을 약 140m 떨어져 있는 덕포동 217-1번지 빈 집(일명 무당집) 안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그는 이 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 양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목을 눌러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유기할 곳을 찾다 살해장소에서 39m 떨어진 217-5번지 옥상 물탱크를 발견하고 그곳에 시신을 유기할 것을 마음먹었다.

김 씨는 다시 무당집으로 와 노끈으로 시신의 손발을 묶은 다음 전기매트 가방에 넣고 217-3번지 빈집(일명 파란 대문집) 뒤뜰에 있던 시멘트에 물을 섞어 물탱크 안에 붓고 폐타일 등으로 시신을 숨긴 뒤 담을 넘어 달아났다.

◇도주기간 행적 = 범행 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으로 간 뒤 지난달 25일 오전 7시58분∼오후 1시6분 친구와 교도소 동기 등 지인들에게 21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다시 덕포동 본가에 잠시 들렀다 형사들이 다녀갔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대로 달아났다.

지난달 26∼27일은 덕포동과 삼락동 외진 곳을 돌아다니다 빈 집이나 폐가에 숨어 지냈고 28일 오후 9시52분께는 친구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주례2동 호프집에 들렀다 다시 삼락동과 덕포동 일대 빈 집 등지에서 숨어 지냈다.

3일 오전 5시께는 덕포동에 있는 빈 집에 숨어있다 수색중이던 경찰에 발각돼 도주했으며 이후 빈 집 등지를 전전하다 7일 새벽 삼락동에 있는 미용실에 침입, 현금 27만 원을 훔쳤다.

경찰의 수색.추적을 피해 지내다 10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동 현대골드빌라 옥상에 숨어 있다 수색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결과 미흡"..비판 일어 = 경찰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아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았다.

먼저 김 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김 씨가 살인혐의에 대해 뭐라고 진술했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피의자가 '기억 안나지만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김 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나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살인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또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사망추정시간도 지난달 24일 오후 7시7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께로 두루뭉술하게 추정하는데 그쳤다.

김 씨는 또 범행 당일인 지난달 24일 자신의 주량보다 4배 이상 많은 소주 4∼5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그가 2m 높이인 이 양 집 다락방 창문으로 침입, 무당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하고 비명을 지르는 이 양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맨정신에도 하기 힘든 세밀한 수법으로 이 양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방대한 양의 사건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긴데 이어 19일 오전 9시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이 양의 명복을 빌고 이 양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 "사건을 좀 더 이른 시일에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부장검사가 '주임' 맡아 = 사건을 넘겨받을 검찰은 형사 개별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보강수사와 공소유지, 피해자 지원 담당 등 3명의 검사를 추가로 이 사건에 투입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길태가 이 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성폭행 증거인 DNA가 있지만 보다 명확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한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보강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할 내용이 있으면 현장 검증을 여러 차례 다시 할 수도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