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로 손꼽히던 생명보험사 대한생명이 1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시장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공모가 덕분에 상장 첫날 선전, 시가총액 30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시 29위)에 등극했다.

◆ 대한생명 상장 첫날 1.72% 상승…거래량 '폭발'

17일 대한생명은 공모가 8200원보다 높은 8700원에 시초가를 결정한 후 이보다 1.72% 오른 885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시총 30위, 보험업종 시가총액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나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날 대한생명의 거래량은 6545만6542주에 달했고, 거래대금의 경우 5807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이 5조6405억원 수준이라는 데 비춰, 대한생명 거래가 전체의 10분의 1가량을 차지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예상보다 공모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8200원은 작년 12월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3배로, 손해보험업 수정 PBR 1.5배와 비교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낮은 공모가가 단기 상승 여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 그룹 내 지분구조 변동에 따른 영향과 이후 금리 변동으로 인한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이 앞으로 주가 향방 결정 포인트로 꼽혔다.

한편 삼성증권은 대한생명의 적정주가를 1만원으로 책정했고, 솔로몬투자증권의 경우 1만1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대한생명의 공모가가 낮고 시가총액이 커서 펀드 수요가 주가 상승에 일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의 경우 내재가치(EV) 1배, PBR 1.2배 수준으로 펀드의 편입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된다"며 "코스피200에 편입된다면 6월 정기변경일 부근에 인덱스 편입수요도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대한생명 상장…전체 시장 영향은?

대한생명 상장이 한국 증시에 미칠 긍정적·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최근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한생명 이후 삼성생명까지 IPO가 이뤄지면서 물량 확대에 따른 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공급 증대에 따른 주가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사의 신규상장은 전체 포트폴리오상 기타 업종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수급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반면 보험업종 재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한생명 상장으로 보험업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험업종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업종 시총 비중 증가에 따라 IT업종에 편중돼 있는 국내 증시 업종별 편중이 다소 완화시킬 수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꼽혔다.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보험업종에서는 기존 종목과의 교체수요가 있고, 최근 삼성화재의 주가 약세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업과 보험업의 시장 비중이 증가(각각 0.69%포인트, 0.79%포인트)하면서 전기전자와 화학업종의 시장 비중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석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생명보험사의 상장으로 인해 보험업이 증권시장의 주력 섹터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이 확대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최근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대한생명 주가 상승으로 인해 삼성생명 지분 보유사들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이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는 등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시장에서 대한생명 상장을 통해 삼성생명 상장을 예측하자는 심리가 있어 대한생명 주가가 꾸준히 버텨준다면 삼성생명 관련주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상장사들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신세계 13.57%, CJ제일제당 4.80%, CJ 3.20%, 삼성전기 0.60%, 삼성정밀화학 0.47%, 제일기획 0.21% 수준이다.

◆ 대한생명은 어떤 회사?

대한생명은 국내 최초의 생명보험사로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3월 말 기준 490만명의 고객을 보유중이다.

2008사업연도(2008년4월∼2009년3월) 기준 영업수익은 12조801억원을 거뒀고, 당기순이익은 83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기준 운용자산 비중은 국내채권 47.9%, 대출채권 29.8%로 구성돼 안정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NPL(무수익여신)비율은 0.4%, NPL 충당금적립비율의 경우 282%로 자산건전성 우려도 낮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