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공약…6.2지방선거 '핫이슈' 부상

교육·사건팀 =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후보들이 앞다퉈 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이 사안이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ㆍ중학교 교육이 헌법상 규정된 의무교육인 만큼 그 연장 선상에서 급식 또한 무상급식이 아니라 국가가 담당해야 할 의무급식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반면 고교생을 뺀 초ㆍ중생 무상급식에만도 연간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면 무상급식 주장은 표만 노린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일 뿐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 경기도서 논란 촉발 =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란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4월 교육감 선거에서 3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해 당선되면서 촉발됐다.

김 교육감은 당초 올 2학기까지 도내 초등생 전원에게 무료급식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예산 확보 문제로 올해 초등 5~6년생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14년까지 의무교육 대상 초·중생 138만명에게 급식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첫 무상급식 예산안이 도교육위원회에서 절반(85억5천만원)이 삭감된 데 이어 한나라당 주축의 도의회도 다음달 무상급식 확대 예산을 전액 깎아 김 교육감의 계획이 무산됐다.

초등 5~6년만 지원하겠다는 급식안은 1~4년생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고생을 간과한 것"이라며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게 도의회 한나라당의 논리다.

반면 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 대상자에 대한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저소득층 무상급식은 실행 과정에서 되레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도교육청은 작년 12월 올해 본예산에 무상급식 예산을 재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으나 공방 끝에 다시 깎였다.

당시 도의회는 도시지역 초등 5~6학년 대상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저소득층 자녀(차상위 150%) 중식 지원비 365억8천만원을 증액하는 수정예산안을 통과시켜 도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1차 추경예산으로 도시지역 초등 5~6학년 2학기분 무상급식비 204억7천만원을 다시 편성해 도교육위원회 제출했고, 도교육위원회가 8일 이를 의결함에 따라 도의회 통과 여부가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 '전면 도입' 논란 가열 = 무상급식 공약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성향 후보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며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초ㆍ중등학교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확정, 최우선 교육 공약으로 내세우며 무상급식 이슈를 전면에 띄웠다.

민주당 김진표ㆍ이종걸 의원과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등 야당 경기지사 출마자들은 일찌감치 무상급식 정책 지원 견해를 밝힌 상태이고, 야당의 선거연합 논의기구인 `야5당 협상회의' 산하 정책연합위도 최근 정책연합 합의문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채택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무상급식에 동조하는 의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을 사실상 공약으로 내걸었고, 같은 당 손숙미 의원도 무상급식을 도입하는 내용의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무상급식 공약은 급기야 수도권을 넘어 각 지역 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로까지 확산하는 추세여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전면 무상급식 공약은 `대안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국가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우선 국가재정이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한정된 지방교육재정을 무상급식에 투입하면 그만큼 학교의 노후시설 교체나 도서구입비 등 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 교육이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무상급식을 도입하려면 막대한 예산편성이 불가피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세금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들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현재 무상급식을 시행 중인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등 1인당 국민소득(GNP)이 5만달러를 넘는 북유럽 일부 국가에 불과하고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대부분 저소득층 위주로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같은 논란에 따라 한나라당은 `서민 무상급식'을 전면에 내세웠고, 민주당 내에서도 무상급식 반대론이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무상급식은 중학교까지 시행하는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급식운동본부 등 학부모 단체도 "급식비가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며 대체로 전면 시행을 원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예산 확보와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 정책"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전면 도입의 허와 실 = 대학교수 등 전문가 의견도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찬성하는 쪽은 헌법이 보장한 무상ㆍ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현실적으로 보장하려면 무상급식을 하루빨리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무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면 학교 공동체가 공부뿐 아니라 학습과 관련된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보장해줘야 한다"며 전면 도입을 촉구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천의지만 있다면 예산은 문제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은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혹시 문제가 된다면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저학년부터 차례로 확대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또 "일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가난한 일부 학생에게만 혜택을 준다면 그게 오히려 포퓰리즘이다.

헌법 정신에 맞게 전면 실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도 "생활보호대상자 외에 급식비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급식비 보조를 위해 증빙서류를 내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장기적으로 급식과 관련된 복지 범위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현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때 이르다고 반박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무상급식 확대는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급식비를 내기 어려운 계층, 가격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계층 등에 대한 분석 없이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나아가 "정확한 근거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니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냐. 진정 학생들을 위해 주장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영 강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도 "전면 실시 땐 2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텐데 현 재정여건상 감내하기 어렵다.

교과서나 교복 등을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무상급식 전면 시행시 교육부실화를 우려하며 저소득층 위주의 단계적 급식 확대라는 정책기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3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2조원대의 별도 재원 마련이 쉽지않고, 무상급식 전면 시행 국가도 1인당 GNP가 5만달러를 넘는 북유럽 일부 국가에 불과한 점을 들어 2만달러도 채 안되는 우리나라에선 채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