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정답은 감이다. 단감과 떫은감을 포함,전국 과일 생산량의 18%를 차지한다. 그럼 감이 제일 많이 나는 곳은? 경북 청도다. 한해 감 생산량의 25~30%가 청도산이다. 떫은 감인 청도감은 특별히 반시(盤枾)라고 하는데 소반처럼 둥글납작하게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이 반시가 희한하다. 당연히 있어야 할 씨가 없다.

#떫은 맛의 화이트 와인

청도반시에 씨가 없는 것은 청도의 지리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청도는 분지여서인지 안개끼는 날이 전국 평균보다 30일가량 많다. 특히 개화 시기인 5월에 안개가 짙다. 안개가 많이 낀다는 것은 그만큼 바람이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바람에 의한 수분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안개가 벌·나비의 수분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꽃도 암꽃이 대부분이고 수꽃을 맺는 나무는 찾기 어렵다. 그나마 있는 수꽃과 암꽃이 피는 시기 또한 일주일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암꽃에 씨방만 생길 뿐 씨가 들어설 일이 없는 환경이다. 청도의 감나무를 다른 지역에 옮겨 심으면 감에 씨가 생긴다고 하니,자연이란 게 참 오묘하다.

청도반시는 곶감보다 부드러운 반건시,껍질을 깎고 3~4조각으로 잘라 말린 감말랭이로 먹는데 와인으로도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청도감와인㈜이 청도반시를 원료로 세계 유일의 감와인을 만들고 있는 것.1905년 개통된 송금리의 옛 경부선 경산-청도 사이 열차 터널을 활용한 '와인터널'에 저장·숙성하는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5년 부산 APEC 공식 만찬주로 쓰였으며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도 연찬회 건배주로 사용돼 인지도가 높아졌다.

감와인의 종류는 레귤러,스페셜,아이스와인 등 세 가지.화이트 와인이면서도 레드 와인에만 있는 탄닌의 맛이 풍부하다. 감 특유의 떫은 맛과 단맛 그리고 신맛이 절묘하게 어울려 있다. 레귤러는 좀 가볍고,스페셜은 묵직한데 전체적으로 좀 달다는 느낌이다.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일 때 나누는 와인으로 안성맞춤이겠다. 와인카페와 와인저장고로 반반씩 쓰는 1㎞ 길이의 와인터널 또한 데이트 코스로 운치있다.

김태운 와인터널 매니저는 "올 상반기에는 감와인을 빚고 병입까지 해 자기만의 와인을 만들어 보관하는 와인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고,30좌석 이내의 소규모 극장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깔끔한 한재미나리와 소싸움

와인터널 뒤에 있는 대적사에 들러볼 만하다. 18세기께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극락전이 보물836호로 지정돼 있다. 극락전의 화강암 기단부가 눈길을 끈다. 기단 전체에 H자형 선각이 있으며 거북,게,연꽃문양이 돋을새김 돼 있다. 극락전으로 오르는 계단 오른쪽 소맷돌에 여의주를 물고 앞을 향해 꿈틀대는 모습의 용을 새긴 용비어천도(龍飛御天圖)가 보인다. 왼쪽 소맷돌 앞 하단에도 거북 한마리가 극락전을 향해 부지런히 기어오르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김선희 문화관광해설사는 "기단부는 바다를 상징화한 것으로,극락전이 중생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지혜의 반야용선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도의 봄은 미나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상리·평양리·음지리 일대에서 나는 한재미나리다. 한재미나리는 향이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게 특징.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거나,삼겹살 굽는 불판에 올려 숨을 죽인 뒤 삼겹살을 쌈싸듯해 먹는다. 삼겹살의 기름기가 입안에 남지 않아 개운한 게 좋다. 삼겹살과 된장 등을 사가지고 가면 미나리를 손질하는 비닐하우스에서도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

미나리사랑가든을 운영하는 서대우씨는 "한재미나리는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 재배한다"며 "추운 겨울을 지내 마디가 생긴 굵은 줄기에,속이 꽉 찬 미나리를 한번만 수확해 내놓기 때문에 질이 좋은 것"이라고 자랑한다.

봄에 즐기는 한재미나리가 동이 나는 때는 청도소싸움축제가 열리는 시기다. 올해 청도소싸움축제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청도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다. 전국 소싸움 대회에서 8강 이상에 든 싸움소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힘을 겨룬다. 보통 1t에 달하는 육중한 몸집을 앞세워 날카로운 뿔을 들이대며 맞서는 싸움소들의 기세에 보는 사람들의 몸도 후끈 달아오른다. 관광객 참여 이벤트도 많이 준비했다. 여물을 만들어 먹여보는 전통 우사체험,날뛰는 소 등에 올라타 오래 견디는 로데오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같은 기간 청도천 파랑새다리 부근에서 열리는 청도유등제도 즐길 수 있다.

청도=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고속국도~동대구분기점~대구부산고속국도~청도나들목~청도. 4시간 걸린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청도행 열차로 환승한다. 2시간 반 소요된다. 대구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도행 버스를 갈아탄다. 대구에서 50분 걸린다.

금천 새마을금고 옆 강남반점(054-373-1569)의 '사찰짜장면'과 '사찰짬뽕'이 별미.돼지고기와 해산물,양파 등 오신채를 전혀 쓰지 않고 자장과 짬뽕을 만든다. 표고를 위주로 5~6가지의 버섯을 써 맛을 낸다고 한다. 사찰짜장면 5000원,사찰짬뽕 6000원.탕수이(버섯탕수)는 2만원.청도역 앞 청도추어탕고디탕(054-371-5510)의 고디탕(다슬기탕)이 해장에 좋다. 6000원.미꾸라지보다 잡어가 더 많이 들어가는 추어탕은 5000원.평양리의 미나리사랑가든(054-371-7031)에서 내놓는 한재미나리와 생삼겹살이 푸짐하다. 한재미나리 한접시 8000원,생삼겹살 1인분 7000원.

화양읍 용암온천관광호텔(054-371-5500)이 좋다. 이 호텔의 용암웰빙스파는 게르마늄 유황온천수의 수질을 자랑한다. 청도감와인의 와인터널(054-371-1904)에서 음미하는 감와인 한 잔이 운치 있다.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054)370-2371,//tour.cheongd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