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서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연아(20.고려대)와 곽민정(16.수리고)이 또 한 번 한국 피겨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와 곽민정이 좋은 성적을 합작한다면 한국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사상 처음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온 한국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 '피겨퀸'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 덕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별' 곽민정의 활약이 중요하다.

두 명이 한국의 전체 랭킹 포인트를 13점 이내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ISU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선수의 수와 각 선수의 랭킹 포인트에 따라 이듬해 국가별 출전권 숫자를 정한다.

이번 1명이 출전하는 나라는 그 선수가 2위 이내에 입상한다면 내년에는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고, 3~10위의 성적을 올리면 엔트리를 2명으로 늘릴 수 있다.

2명 이상이 출전하면 상위 2명의 성적이 기준이 된다.

두 명의 랭킹 포인트를 합쳐 13점 이하이면 다음해 출전권은 3장으로 늘어나며, 14~28점까지는 2장을 확보한다.

그 이하가 되면 1장으로 줄어든다.

선수별 랭킹 포인트는 순위에 따라 주어지는데, 상위권에 입상한 선수들은 자신의 순위가 곧 랭킹 포인트가 된다.

다만 쇼트프로그램에서 24위 이내에 들지 못해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전부 18점을 획득하고,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쳐 16위 이하의 성적을 거둔 선수는 모두 16점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 대회에도 무난히 출전권 2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설령 곽민정이 실수해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하지 못하더라도 김연아가 10위 안에만 들면 28점 이하의 랭킹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하고 나서 한 번도 최종 순위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단일 프로그램만 따져도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5위에 오른 게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기는 하지만, 이미 올림픽에서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친 이상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기대되는 것은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3장의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김연아가 상위권을 유지한 가운데 곽민정이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상승세만 이어간다면 랭킹 포인트를 13점 이하로 낮추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1월 전주에서 열린 2009-2010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곽민정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154.71점을 받아 6위를 차지한 곽민정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들과 경쟁한 동계올림픽에서도 155.53점으로 다시 최고점을 경신하며 13위에 올랐다.

곽민정이 상승세만 이어간다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이상의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

곽민정은 지난 4일 토론토로 이동해 김연아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쑥쑥 자라나고 있는 곽민정에게 김연아와 함께하는 훈련은 그것만으로도 많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여기에 브라이언 오서 코치 역시 곽민정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 '오서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이번에 출전권을 늘인다고 해서 곽민정이 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회 직전 열리는 국내 랭킹대회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출전권 3장을 합작해낸다면 후배들에게도 큰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