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원자재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원자재를 직접 거래하기엔 사고 파는 과정에서 실물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실물 보관이 필요없는 선물지수를 거래하려면 새벽에 해야 한다. 원자재 선물시장은 주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전문가들에게 돈을 맡기고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원자재에 투자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운데 금은 은행에서도 예금 등의 형태로 투자가 가능하지만,금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 상품을 은행이 단독으로 파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판매하는 원자재 관련 펀드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원자재 관련 펀드는 40여개에 이른다. 주로 원유 등 화석연료와 곡물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40여개 펀드 중에서 투자원금(설정액) 규모가 100억원을 넘는 펀드는 18개에 그친다. 1000억원 이상 펀드는 5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투자처와 별도로 펀드 규모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투자가 용이하고 선물지수를 제대로 추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가진 원자재 펀드로는 '블랙록월드광업주(H)' '우리글로벌천연자원1' 'JP모간천연자원'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특별자산'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 등이다.

원자재 투자 펀드는 크게 주식형과 지수형으로 나뉜다. 펀드 이름 가장 뒤에 '주식'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면 원자재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이며 '특별자산'이나 '파생형'이라는 명칭이 있으면 선물지수에 투자하는 지수형이다.

주식형과 지수형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주식형의 경우 주식시장과 흐름을 같이한다. 원자재 가격보다 증시 상황이 좋으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반대로 증시가 하락하는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는 별도로 손실을 낼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로 원자재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 증시 상승강도가 약한 선진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지수형의 경우 선물지수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상대적으로 잘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만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지수형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다만 선물가격은 만기일에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마다 비용이 들어 수익률 오차가 생겨 실제 수익보다 낮아질 수 있다.

환헤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원자재 펀드들은 대다수가 해외펀드이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하는 펀드는 펀드명에 'H'가 붙으며 'UH'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유형이다. 원화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엔 환헤지를 하는 편이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

원자재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투자대상과 펀드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전에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중복 투자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브릭스(브라질 · 러시아 · 중국 · 인도) 펀드에 많은 자금을 넣은 투자자의 경우 이들 국가가 자원 부국이기 때문에 원자재펀드를 또 가입하는 것은 중복 투자가 된다. 이 경우 굳이 원자재펀드를 담고 싶다면 주식형보다는 지수형펀드가 더 적합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