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올들어 주식을 여러 등분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 주식수가 많아지면 유통주식수가 증가해 거래가 원활해진다. 주가가 싸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 거래량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한계기업들은 대주주의 물량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원전선아남전자 액분 이후 연일 '상한가'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주식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아남전자 대원전선 현대H&S 유양디앤유 보령제약 제일기획 대동공업 환인제약 진도에프앤 서주관광개발 코레스 카이시스 등 총 12곳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세 배나 급증한 것이다.

대부분은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가 목적이다. 이달 초 주식분할을 결정한 서주관광개발의 경우 최근 하루 유통 주식수가 수 백 주에 불과하다. 지난달 8일과 14일에는 채 10주도 거래되지 못했다.

이는 최대주주인 신석우 대표가 회사 지분을 77.14%나 보유하고 있어 유통물량은 적은데다 주가가 회사 덩치(시가총액 200억원대)에 비해 높은 5만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동공업 제일기획 대원전선 아남전자 등도 대주주의 지분 비중이 높아 유통물량이 매우 적고, 주가는 비교적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액면분할 결정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소형주인 대원전선과 아남전자의 경우 액면분할 결정 이후 이날 오후 2시 23분 현재 각각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이틀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일기획도 지난 23일 액면분할 계획을 밝힌 이후 사흘 연속 상승세다. 특히 이 회사는 액면분할 비율이 25대 1로 '파격적'이어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일기획 주식은 최근 30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는데, 액면분할 이후에는 1만원대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박 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 간 제일기획의 유동주식수 비율은 0.5%에 불과했다"며 "액면분할 이후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목적 '모호한' 액면분할도 잇달아

주식 액면분할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 특히 효과적이다. 주당 100만원 짜리 1주는 한 사람만 보유할 수 있지만, 1만원 짜리 100주는 최대 100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주주수가 늘어나 그만큼 매매가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100만원 짜리 주식이 1만원에 거래되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착시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주가가 충분히 낮은 수준이고 거래량도 많은 종목이 종종 액면분할을 하기도 한다. 코레스는 기존 주식수(456만여주)보다 많은 5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완료한 뒤, 액면가를 기존 1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춰 주식수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관리종목인 카이시스는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를 100원짜리 주식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추진했다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 회사 주가는 전일 기준 110원을 기록중이다. 안 그래도 낮은 수준인 주가가 더 낮아질 경우 호가(매수ㆍ매도하겠고 희망하는 가격)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예컨대 100원짜리 주식은 위 아래로 상하한인 115원과 85원 사이에서 주가가 결정되는데, 5원 단위로 주문을 낼 경우 위 아래로 호가는 각각 3개씩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 증권사 중소형주(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유통 주식수가 많거나 주가가 낮은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할 때는 대주주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것이나 주가 부양 같은 노림수가 있기 마련"이라며 "이런 기업들의 액면분할은 주가에 오히려 악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