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4(도요타의 CUV)를 곧 바꿀 생각입니다. 쏘렌토(한국명 쏘렌토R)를 대안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시에 있는 기아자동차 딜러점을 찾은 저스틴 벨(28 · 비행 교관)의 마음은 이미 신형 쏘렌토에 기울어진 듯했다.

프리우스를 갖고 있다는 필립 칼랜드리노(53 · 변호사)는 "같은 사무실 동료가 아제라(한국명 그랜저)를 타고 있는데 승차감이나 성능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기아차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출시한 신형 쏘렌토는 전체 32개 모델 가운데 월간 판매량 3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2위인 도요타 라브4와 불과 498대 차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후폭풍이 현대 · 기아차에 훈풍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톰 러브리스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 판매담당 부사장은 어바인 KMA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미국 시장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15% 늘어난 34만7000대로 잡았다"며 "1994년 미국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올해 300만대 판매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쏘렌토를 비롯 포르테,쏘울 등 작년에 선보인 신차에 이어 새로 투입하는 스포티지R,로체 후속 TF 등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격 무기다.

러브리스 부사장은 "올해는 기아차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지난해 미국 '빅3'가 흔들린 데 이어 도요타 리콜로 혼다,닛산 등 일본차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이다.

지난 1월 실적에서 기아차는 미국 돌풍을 예고했다. 1월에 총 2만2123대를 판매해 3.2%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점유율 2.9%를 이미 넘어섰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여파가 2월 이후 본격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 3%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합한 1월 점유율은 7.5%로 지난해(7.0%)보다 상승했다. 도요타는 같은 달 9만8796대를 파는 데 그쳐 점유율이 14.1%로 주저앉았다. 도요타의 작년 시장 점유율은 17%였다.

기아차는 작년 11월 조지아 공장을 가동하면서 생산,판매,디자인 등 자동차 제조와 관련된 모든 것을 현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마이클 스프라그 KMA 마케팅 부사장은 "광고비를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올려 책정했다"며 "1만~2만달러대에서 가장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자동차로 만드는 것이 올해 마케팅 목표"라고 덧붙였다.

카슨 · 어바인(캘리포니아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