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에서 만성 실업자가 증가하고 고용없는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어떤 일자리도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미국에서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630만명으로,연방 정부가 통계를 처음 작성한 1948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직전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던 1980년대초보다 두배 가량 많은 것이다.

특히 고령자와 저학력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대기업들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기관투자가)들의 압력을 받아 감원에 나서고 있다.또 노조의 영향력 쇠퇴로 고용주들은 정규직을 수월하게 임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공장근로자 뿐 아니라 사무직 일자리조차 임금이 싼 아시아와 중남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이밖에 공장 자동화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5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런 배경탓에 경기가 회복돼도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조사회사인 ‘이코노믹 사이클 리서치’가 노동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 미국의 경기팽창기에는 민간 분야의 고용이 1년에 약 3.5%의 증가를 보였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2.4%로 줄었고 지난 10년동안에는 연간 0.9%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그 결과 경기 침체기에 일자리를 잃었던 사람들이 재고용되는 데 갈수록 많은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경기회복기 고용을 주도했던 자동차 주택 금융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데다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중소기업조차 채용을 꺼리면서 ‘고용없는 성장’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노동전문가인 머리스 엠셀럼씨는 “정부가 만성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미 정부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CNN이 조사전문업체인 오피니언리서치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 조사 결과 미국인의 86%가 ‘미국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이같은 비중은 1986 조사때보다 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특히 고소득자와 시골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정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