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노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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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독특한 영화다. 다들 세월을 거스르고 싶어 안달인 세태를 뒤집어보고 싶었을까. 주인공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결국 아기가 돼 세상을 뜬다. 사랑하는 이는 늙어가는데 반대로 어려지는 버튼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불로장생은 인류 최대의 염원이다. 지난해 노벨의학상이 노화와 암 예방의 단초일 수 있다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것도 그같은 바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텔로머라제는 노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텔로미어의 원상 회복을 돕는다는 효소다.
텔로머라제의 힘은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노화방지법의 결과만 해도 눈부시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특히 연예인은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게 그것이다. 가수 신승훈의 모습은 20년 전과 거의 같고 밴쿠버올림픽 개막식 초대가수 브라이언 아담스(51)는 30대 후반밖에 안돼 보인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건가. 신승훈은 얼마 전 열린음악회에서 "기능성(화장품)을 많이 쓴다"고 대답했다. 늙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기능성 화장품도 바르고,태반주사도 맞고,주름 제거 수술도 한다. 문제는 늙는 이유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자연노화설 외에 자외선 탓이라는 '광 노화설'과 온도가 문제라는 '열 노화설'이다. 덕분에 자외선 차단제는 사시사철 야외에선 물론 실내에서도 필수품이 된지 오래고,여자연예인들은 한겨울에도 히터를 안켜 싸늘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마당이다.
이런 가운데 노화 현상이 실은 암 같은 치명적 신체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와 독일 울름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나이든 세포는 DNA 손상을 감지하면 세포에 자폭 내지 분열금지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암의 경우 젊은층이 걸리면 더 빨리 악화된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셈이다.
실제 유방암 환자 중 35세 이상의 5년 생존율은 82.7%지만 젊은 환자는 69.9%밖에 안된다고 한다. 몸만 그러하랴.나이 들면 전후좌우 살피고 슬픔을 분노로 표출하는 것도 줄임으로써 자신을 달래고 아쉽고 가슴 아픈 일도 접을줄 알게 된다. 병으로 요절하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도 늙는지 모른다. 젊어 보이려 애쓰는 걸 탓할 순 없지만 적당히 늙어가는 것도 괜찮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렇더라도 불로장생은 인류 최대의 염원이다. 지난해 노벨의학상이 노화와 암 예방의 단초일 수 있다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 연구자들에게 돌아간 것도 그같은 바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텔로머라제는 노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텔로미어의 원상 회복을 돕는다는 효소다.
텔로머라제의 힘은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노화방지법의 결과만 해도 눈부시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특히 연예인은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게 그것이다. 가수 신승훈의 모습은 20년 전과 거의 같고 밴쿠버올림픽 개막식 초대가수 브라이언 아담스(51)는 30대 후반밖에 안돼 보인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건가. 신승훈은 얼마 전 열린음악회에서 "기능성(화장품)을 많이 쓴다"고 대답했다. 늙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기능성 화장품도 바르고,태반주사도 맞고,주름 제거 수술도 한다. 문제는 늙는 이유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자연노화설 외에 자외선 탓이라는 '광 노화설'과 온도가 문제라는 '열 노화설'이다. 덕분에 자외선 차단제는 사시사철 야외에선 물론 실내에서도 필수품이 된지 오래고,여자연예인들은 한겨울에도 히터를 안켜 싸늘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마당이다.
이런 가운데 노화 현상이 실은 암 같은 치명적 신체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와 독일 울름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나이든 세포는 DNA 손상을 감지하면 세포에 자폭 내지 분열금지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암의 경우 젊은층이 걸리면 더 빨리 악화된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셈이다.
실제 유방암 환자 중 35세 이상의 5년 생존율은 82.7%지만 젊은 환자는 69.9%밖에 안된다고 한다. 몸만 그러하랴.나이 들면 전후좌우 살피고 슬픔을 분노로 표출하는 것도 줄임으로써 자신을 달래고 아쉽고 가슴 아픈 일도 접을줄 알게 된다. 병으로 요절하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도 늙는지 모른다. 젊어 보이려 애쓰는 걸 탓할 순 없지만 적당히 늙어가는 것도 괜찮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