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권태신 재산형성과정 의혹도 제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한나라당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종시 수정 추진의 총대를 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에게 작심한 듯 맹공을 퍼부었다.

권 실장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응수, 친박계와 야당 의원들로부터 "벽보고 대화하는 느낌", "막말이 지나치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권 실장은 이달초 세종시 원안을 `사회주의 도시'에 비유했고 이에 친박 의원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등 한차례 전초전을 치른 바 있다.

이날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2005년말 헌법재판소 결정을 놓고 실랑이가 시작됐다.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권 실장이 "(원안이 수도분할이 아니라고 한) 헌재 결정은 무시하지 않는다"면서도 "원안 추진은 사실상 수도분할"이라는 답변을 반복하자 "말장난하느냐. 수도분할이란 말은 총리와 방배동 술집에 갔을 때나 하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나아가 권 실장의 재산형성 의혹을 들춰가며 몰아붙였다.

재산신고상 권 실장 소유의 부천시 오정구 작동 임야에 대해 `산지' 표시가 누락된 점을 비롯, ▲고2때 경북 영천의 부친 땅 증여 ▲종로구 평창동 대지 소유권을 총리실 차장 임명 당시인 2008년 10월 처남에게 이전 ▲91년 성남 분당 땅을 토지공사로부터 매입한 경위 등이 석연치 않아 땅투기 및 세금포탈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권 실장이 "증여 당시의 세금고지서도 있고 처남에게 넘긴 것은 재산신고 때마다 소명하는게 귀찮아서였다"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반박하자 이 의원은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친박계인 이진복 의원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권 실장의 세종시 관련 발언의 진위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불리하면 한 말도 안했다고 하고 스스럼 없이 권한 밖의 일을 하면서도 잘못을 전혀 모른다", "말조심 좀 하시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권 실장이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하자 "존경할 필요없다"며 사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윤흥길씨의 소설 `완장'의 주인공에 빗대 "완장을 차고 나서 안하무인이 됐다 결국 완장을 뺏기고 야반도주했는데 총리실장은 그렇게 되지 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의원이 세종시 원안을 "낭떠러지로 차를 모는 것"에 비유한 권 실장의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낭떠러지로 가는 버스노선이 어딨느냐"고 묻자 권 실장은 "일반버스가 아니라 관광버스를 말한 것"이라며 다소 엉뚱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이밖에 중립 성향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총리가 다른 지역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약속한 게 많던데 재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아느냐"고 추궁했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일제히 세종시 수정 추진을 비난했다.

그러나 권택기 의원 등 한나라당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이 국가 백년대계 차원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의에서는 `민원 해결사'를 자임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훈수'가 잇따랐다.

민주당 신 건 의원은 "국민 사이에서 정작 이 위원장 만나는 일이 `로또 당첨' 같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도 "힘있는 사람이 나서 해결된다면 대한민국은 망하는 나라가 된다.

시스템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고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