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권에서 빚어지는 갈등 양상을 보면 정치과잉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국정의 최고책임을 지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쪽의 볼썽사나운 대립은 언제까지,어느 선까지 지속될 것인가. 연일 이어지는 자중지란으로 민생과 경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고,자칫 잘못되면 국정전반이 혼선 정체되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 우리의 걱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주 발언에서 비롯된 최근 여권의 '강도론' 논쟁은 비생산적일 뿐더러 상당히 감정적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발언에 공격적인 해명이 덧보태지고,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다시 몰아붙이며 극명한 편가르기를 하는 것이 현재 여권 모습이다. 집권 2년 만에 벌써 빚어지는 '차기' 주도권 다툼과 관련된 것이라면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모습이고,자만이다. 말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이라면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기까지 양쪽의 측근이나 참모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열 때문에 쓰러지고,과도한 말로 인해 도무지 일이 안된다는 게 그간 한국정당사에서 진보성향의 정파가 보여준 전형적인 행태인데,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한나라당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지질구레해 보이는 싸움이 그치질 않으니 고개를 딴 데로 돌릴 국민들이 늘어날 것은 뻔한 일 아닌가. 이는 또 정치불신으로 이어져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정치가 나라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또 받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의 품격과 정치인의 언행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때다. 특히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들의 한마디는 초선 의원들이 마구 내던지는 말과 또 다르다. 무엇보다 앞뒤를 잘 가려 신중하게 해야 하고,말 한마디가 초래할 파장(波長)까지 감안해 몇번 삭이면서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공약집을 확인해가며 잘잘못을 가려보아야 한다.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도 태산 같다. 국내외 경제문제만이 아니다. 북핵문제도 진전이 없고 사회적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야권과 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세종시 문제만 놓고 물고 뜯는 싸움판을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터여서 정치과잉이 경제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크다. 특히 집권여권 핵심부의 분열상이 가중된다면 민생은 누가 돌볼 것인가. 정치권 전체가 정치입문 때 초심으로 돌아가 말과 행동,그리고 책임을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