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세계적 곡물기업인 카길 등과 같은 국제곡물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구체적 밑그림을 어제 내놨다. 해외 유통조직에 농식품을 대량 수출하는 농식품종합상사의 업무를 수행하고,내년까지 곡물 주시장인 미국에 국제곡물회사를 설립하는 한편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같은 미개척 시장에 진출해 준(準)메이저 곡물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1차 산업인 농어업에 2,3차 산업의 개념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돈버는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식량 안보의 측면에서도 이같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변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제곡물회사는 해외농장이 생산한 곡물을 매집하거나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뒤 이를 국내로 들여오거나 해외구매자,선물시장,식품가공회사 등에 팔게 된다. 국제곡물시장은 판매자중심 시장이어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제때 공급받기 어려운 구조다. 생산단계에서 확실한 공급선을 갖추면 국제시세 변동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곡물을 싼값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량의 변동이 심하고 국제 투기자본까지 개입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곡물시장이고 보면 이같은 농산물 조달구조의 혁신은 오히려 뒤늦었다고도 할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를 의욕만 가지고 이뤄내기는 어렵고,국제곡물시장의 다양한 유통단계 참여를 통한 경험과 노하우의 축적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최대의 곡물시장인 미국 곡물저장 · 선별 · 유통설비인 '엘리베이터' 인수합병,선물거래시장 참여 등을 위한 치밀한 전략수립이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생산과 유통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남미 등 농지가격이 싼 곳에 식량기지를 구축하는 등의 사업은 일관성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