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이 증시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570선에서 바닥을 다지며 재상승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도 공세에 막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3400억원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수급을 압박했다. 이 중 상당부분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청산하면서 나온 매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11일 옵션 만기일에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4조원 수준으로 낮아 시장의 체력이 떨어진 만큼 당분간 프로그램 향방에 따라 시장이 출렁이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프로그램 8일째 순매도

10일 코스피지수는 0.37포인트(0.02%) 내린 1570.12로 마감했다. 장 초반 1580선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등락을 거듭하다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 22일(7123억원) 이후 최대인 5256억원 수준에 달해 지수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이달 들어 8일 연속 프로그램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금액은 1조9465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옵션만기일 이후부터 계산하면 4조원에 육박한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0.79%) 현대차(-2.15%) 한국전력(-0.80%) SK텔레콤(-1.69%)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체로 부진했다.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ETF 청산 물량 등 3438억원의 매물이 나온 것이 투자심리에 큰 부담이 됐다.

프로그램 매물이 급증한 것은 연이은 해외발 악재로 선물시장의 투자심리가 나빠지면서 현물에 비해 선물이 크게 저평가된 탓이다. 이날 현물과 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는 장중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선물 가격이 떨어지자 주식 현물을 팔고 값 싼 선물로 갈아타는 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중 약 30%는 현물 주식을 모두 팔고 선물로만 펀드를 채워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덱스펀드의 선물 갈아타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주식 현물시장의 수급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업계는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인덱스펀드의 현물 주식 매물은 1조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인들까지 선물 시장에서 단타 매매에 대거 가세하는 바람에 선물 저평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월 만기 효과 미미할 듯

증시 분석가들은 11일 옵션만기일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규모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 만기일의 경우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2170억원 순매수를 보인 덕분에 지수가 14포인트 올랐지만 이번 만기일에는 매도 우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 연구원은 "주식 현물시장에선 연기금과 개인이 수급을 받쳐주고 있지만 선물은 매수 세력이 약해 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매도 우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오는 6월만기 선물 가격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시스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더라도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선물시장의 투자심리가 나빠 당분간 프로그램 매도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만기일 당일은 장 마감에 임박해서 최대 40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들어올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