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법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출마자격을 완화하는 문제로 촉발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급기야 교육의원 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여야는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출마자격에서 각각 교육경력 5,10년 이상을 폐지하고 출마 전 정당원 금지기간을 2년에서 6개월로 줄이며,교육의원을 정당공천에 의한 비례대표로 뽑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교육자치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새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는커녕 교과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부터 기존 법에 따라 교육감 예비등록이 시작돼 10일 현재 전국 16개 시도에서 42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최악의 경우 기존 법에 따라 교육감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의원이다. 기존의 간선제 대신 직선으로 뽑기로 2006년 말 지방교육자치법이 바뀌면서 교육의원 선출방식은 법으로 따로 규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야간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서 새 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비판을 의식했다기보다는 자기네 당이 불리할 것이라는 선거결과 예측에 따라 당리당략적 이유로 합의를 뒤집은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교육의원 예비등록은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종걸 국회 교과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직선으로 뽑되 다음 선거부터는 교육의원을 더이상 뽑지 않는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입법공백 상태를 빚느니 아예 제도를 폐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얘기다.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혹은 정당인 출신이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으로 선출되는 게 바람직한지는 입장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또 선출직 교육의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느냐도 여전히 논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직접 교육의원을 뽑는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명분도 갖고 있다. 밥 짓기(개정안 마련)가 싫으니 밥 먹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자(교육의원제 폐지)는 교과위의 해법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