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3차원) 영사시스템은 영화관에서 '아바타'와 같은 3D 입체영화를 상영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여서 세계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이 시스템 판매를 지난해의 2배 이상인 2000여대로 늘려 세계 시장의 40%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

김태섭 케이디씨정보통신그룹 회장(사진)은 9일 서울 신사동 아이스테이션 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만 3D 상영관이 내년까지 1만2000곳이나 늘어날 예정"이라며 올해 목표 달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크리스마스 악몽' '볼트' 등 많은 영화들이 3D로 상영되고, '베오울프'같은 영화는 전체 수익금의 80%를 3D 상영관에서 벌어들였다"며 "한국에서 '아바타'를 2D로 봤던 관객들이 3D로 다시 보는 경우가 많은 데서도 보듯 앞으로 3D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급부상한 3D 테마를 이끄는 대장주로 꼽힌다. 이 회사는 3D 영사시스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업체인 리얼D 및 돌비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위(점유율 70%)인 리얼D에 이은 25%다.

김 회장은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과 PMP 전문기업인 아이스테이션의 대표를 같이 맡아 케이디씨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인수를 발표한 반도체 설계 업체인 바른전자의 이사에도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영화 '아바타'의 성공이 몰고 온 바람 덕에 3D 테마주로 급부상했지만, 일찍이 다른 기업이 관심을 두지 않던 때부터 3D 분야에 투자했던 선구자다.

김 회장은 "2004년 마스터이미지라는 3D 업체에 투자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면서 "2007년 초 미국 파라마운트사의 영사실에서 영화 '베오울프'의 데모 테이프를 3D로 보면서 3D 시장이 열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D 영상의 확산은 TV · 카메라 등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했던 것과 같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3D는 일시적인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회사는 3D시장의 성장과 함께 덩치를 키우고 있다. 3D 영사시스템과 안경 등 3D 관련 매출은 2007년 4억원에 불과했지만 2008년 2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아직 가결산 상태지만 28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이는 전체 매출(850억원)의 33% 수준이다.

김 회장은 "올해는 3D 대작들의 개봉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아시아와 유럽시장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 전망"이라며 "3D 영사시스템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3D 부문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영화에서 쌓은 3D 기술을 휴대폰 TV 등 디지털 가전에 접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업체와 3D 휴대폰을 개발했으며 이달 말 삼성전자가 내놓을 국내 최초의 3D 휴대폰에도 참여해 기술을 협력했다.

지난해 9월부터 바른전자와 공동 개발을 시작한 TV용 3D 전환칩도 현재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로 3개월가량 연구 · 개발을 거친 뒤 하반기엔 양산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함께 휴대폰으로 3D 입체영상을 찍을 수 있는 양안 카메라용 칩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