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MBC 사장이 8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엄 사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MBC 이사진의 인사를 강행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MBC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MBC는 앞으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은 추후 이사회를 열고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엄기영 사장과 방문진 이사회의 갈등 = 엄 사장이 사퇴한 가장 큰 표면적 이유는 방문진 이사회가 자신의 인사안과 다른 인물을 MBC 이사진으로 선임하는 것을 강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엄 사장은 작년 12월 보도, TV제작, 편성, 경영(김재형 MBC 기획조정실 부실장 내정) 등 4개 본부 이사의 사표가 수리된 뒤부터 후임 이사진의 인사를 놓고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했다.

엄 사장은 그동안 MBC 이사진은 사장과 함께 MBC를 경영해야 하는 '내각'인 만큼 이들의 인사를 자신에게 맡겨줄 것을 요청했으나, 방문진 이사회와 김 이사장은 MBC 이사진에 대한 인사권이 MBC 대주주인 방문진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후 엄 사장과 김 이사장은 공석인 3개 부문 이사 중 의견이 가장 크게 갈렸던 보도 본부장에 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를 내정하기로 합의, 지난달 11일 방문진 이사회를 열어 MBC 이사진 인사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이 다시 결렬되면서 MBC 이사진의 공석 사태는 장기화 됐고 결국 방문진 이사회가 8일 엄 사장의 인사안과 다른 이사진의 선임을 강행하면서 엄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선임된 새 이사진의 성향이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 사장이 사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혁 신임 이사의 경우 보수 성향을 띤 MBC 선임자 노조 출신으로 알려졌다.

◇'선장없는 MBC' 격랑에 휩싸이나 = 엄 사장이 사퇴하고 보수적 성향의 새 이사진이 선임되자 MBC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방문진 이사회의 MBC 이사진 인사 강행이 MBC 장악을 위한 것이라며 "MBC 2천 조합원은 모든 것을 걸고 MBC 장악 음모에 맞서 싸울 것이다.

강고한 총파업 투쟁으로 정권의 낙하산 부대를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와 전국대의원대회를 잇따라 열고 향후 대응 일정을 논의하는 한편 새로 선임된 이사진의 출근을 저지하기로 했다.

MBC 노조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총파업 찬반 투표의 일정 등을 결정한 뒤 전 조합원을 상대로 총파업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엄 사장의 후임 인선에도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방문진 사무처에 따르면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한 특별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논의한 뒤 의결하면 그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엄 사장의 경우 MBC 사장 공모에 응모, 방문진 이사회의 면접과 이사진의 투표를 거친 뒤 2008년 2월 MBC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됐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후임 사장의 인선 절차가 다음 방문진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아직 이사회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잠정적으로 17일께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 후임에는 누가 = 현재 엄 사장 후임으로 MBC 안팎에서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김종오(63) OBS 경인방송 고문과 구영회(57) MBC 미술센터 사장, 김재철(57) 청주MBC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김 고문은 대구MBC 사장을, 구 사장은 MBC 보도국장을, 김 사장은 MBC 보도제작국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조정민(59) 온누리교회 목사와 유기철(56) 대전MBC 사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 목사는 MBC 보도국 부국장을, 유 사장은 MBC 보도제작국장을 지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