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총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지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살아있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을 어떻게 평가할까.

케인스 이론에 정통한 통화주의자인 앨런 멜저 카네기멜론대 경제학 교수는 6일 포춘과의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오바마 정부가 확대재정 정책을 펴는 것을 본다면 무덤에서 데굴데굴 굴렀을 것”이라고 말했다.케인스는 완전 고용을 위한 공공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대규모 재정적자에는 명백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멜저 교수는 케인스가 살아 있다면 재정악화를 수반하는 경기 활성화 차원의 재정확대보다는 적자를 줄이는데 정책 목표를 두라고 권했을 것이라고 밝혔다.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뚜렷한 계획이 없는 가운데 재정적자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케인스의 이론을 절반만 알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멜저 교수는 경기침체기에 소비를 살리기 위한 일시적인 재정적자라는 논리도 반박했다.케인스는 물론 불경기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증세에 반대했고 경기 하강기에 균형재정을 고집하는 것은 자살 행위로 봤다.하지만 멜저 교수는 “케인스가 정작 옹호했던 경기부양 유형은 ‘큰 정부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케인스는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지출을 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케인스는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케인스는 재정적자의 경우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정도 내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게 멜저 교수의 설명이다.케인스가 말하는 적자는 반드시 일시적이고 주기적(cyclical)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멜저 교수는 케인스가 일부 사안에 대해 모호하게 이론을 편 측면은 있지만 구조적 재정적자에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멜저 교수는 레이건 정부때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