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를 비롯해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주 등 미국 동부 해안지역이 지난 주말 눈폭탄을 맞았다. 워싱턴은 사상 최대 폭설 기록에 육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마겟돈(snowmageddon)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스노마겟돈'은 눈(snow)에다 선과 악이 대결하는 최후의 전쟁인 성서의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단어다.

미 국립기상청은 5~6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메릴랜드주에 최고 40.0인치(101.6㎝)의 눈이 내렸으며 △버지니아 37인치(93.9㎝) △웨스트버지니아 34.0인치(86.3㎝) △펜실베이니아 31.0인치(78.7㎝) △뉴저지 28.5인치(72.3㎝) △워싱턴 27.5인치(69.8㎝) △델라웨어주 26.5인치(67.3㎝)의 적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경우 당초 예보와는 달리 기상청 기록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내린 1922년 1월의 28인치(71.1㎝)를 깨진 못했다. 1870년 이후 워싱턴에 1피트(30.48㎝) 이상의 눈이 내린 것은 그동안 13번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6인치(40㎝)가 내렸었다.

폭설로 인해 이들 지역의 덜레스,레이건,볼티모어,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이 · 착륙하는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덜레스 국제공항의 격납고 지붕 한 귀퉁이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되면서 계류 중인 일부 비행기가 파손됐다.

지난 주말 인천을 출발해 워싱턴으로 가는 국내 항공편 2편도 지연 운항됐다. 6일 인천~워싱턴 노선을 운항하는 KE093편은 6시간 늦어져 오후 4시에 이륙했으며 폐쇄된 덜레스 공항 대신 시카고 공항에 착륙했다. 반면 뉴욕과 시카고에 취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정상적으로 운항했다. 8일 오전 워싱턴으로 가는 대한항공편은 정상 출발한다.

육상 대중교통도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했다. 워싱턴의 전철은 지하구간에서만 운행됐으며 시내버스 운행은 전면 중지됐다. 국영철도인 암트랙은 워싱턴~뉴욕구간 운행을 대부분 취소했으며 워싱턴에서 출발해 남부지역으로 향하는 철도 운행도 중지됐다.

버지니아에서는 눈길에 파묻혀 정차된 차를 돕기 위해 길가에 있던 아버지와 아들 등이 견인차에 부딪혀 숨졌다.

워싱턴 시내에서는 7만5000가구와 사무실의 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펜실베이니아 8만7000가구,메릴랜드 3만5000가구,뉴저지 7만가구,델라웨어 3만9000가구,북버지니아 8200가구도 정전됐다. 이들 지역 대부분의 초 · 중 · 고등학교는 5일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일부 슈퍼마켓에는 폭설이 오기 전 비상식량을 장만하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