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소득이 증가하고 고령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제약산업이 미래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고, 특히 신종플루 등 새로운 질병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거에도 유사한 제약산업 육성책이 수도 없이 나왔지만 솔직히 별다른 성과도 없이 겉돌고 말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정부가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없이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은 큰 진전이다. 문제는 산업구조의 혁신을 누가,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에 있다. 이번 대책의 승패도 바로 여기에 달렸다.

사실 제약산업의 전망이 밝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전세계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의 17배에 달할 정도이고, 앞으로도 빠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에서 우리의 위상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2008년 제약산업 생산액은 세계시장의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다들 잘 안다. 신약 연구개발이 부진하고, 기술과 자본에서 제약산업을 선도할 만한 기업도 없다. 여기에다 리베이트 관행 등 의약품 유통구조도 후진적이기 짝이 없다. 이러다 보니 내수에 의존한 채 세계시장 진출은 꿈도 못꾸고,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문제점을 알기만 하면 뭐 하는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말만 많고 좀체 실천이 안되고 있다. 신약 연구개발 세제지원 강화, 제약기업간 M&A 활성화, 리베이트 대책, 해외진출 촉진, 새로운 질병 대응력 강화 등 정부가 종합처방을 내놨지만 무엇이 시급하고 우선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잘못된 비즈니스 환경을 바꿔놓는 것, 그 중에서도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는 것이 가장 절박하다고 본다. 리베이트는 연구개발투자는 물론 소비자 후생을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품 거래가 투명하지 않은데 연구개발투자니 합리적 약가관리니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근절할 구체적인 대책을 추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미적거리면 안된다. 리베이트를 주는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이를 받는 당사자들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는 공염불(空念佛)에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