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악재' 난기류…경기회복세 급브레이크 우려
G2(미국과 중국) 리스크로 약세를 보이던 국내 금융시장이 유럽발 재정위기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아지는 등 상승탄력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터진 악재로 실물경제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달러캐리 자금 청산되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지수 1600선,코스닥지수 500선이 5일 힘없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두 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3000억원 이상 팔아치우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PIGS 국가들(포르투갈 이탈리아 ·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신용리스크로 글로벌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169원9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29일(1171원2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영국 호주 브라질 등 대부분 국가들의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 프리미엄도 전날보다 9bp(1bp=0.01%포인트) 올라 117bp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에다 유럽의 소버린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달러캐리 트레이딩(금리가 싼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청산(투자한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것)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악재로 단기간에 증시가 낙폭을 만회하고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3대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당분간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예상된다"며 "1차 지지선을 1520~1550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장기 추세를 거론하기에는 이르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환율 하락세는 일단락된 것 같다"며 "1차적으로는 1178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하겠지만 이 수준을 넘어선다면 환율은 1200원을 향해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물경제 타격도 우려

'글로벌 3대 악재' 난기류…경기회복세 급브레이크 우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지역 재정문제,중국 긴축,미국 금융개혁법안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리스 등 일부 유로 회원국의 재정문제는 독일 프랑스 등이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밖에 없으며 △중국의 긴축은 실물경기 위축을 초래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따라서 이 같은 악재로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블딥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의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가 하락과 환율 불안은 소비심리 위축→투자 축소→고용 축소→회복세 부진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0.2%(전기 대비 기준)로 한은의 추정치 0.3%에 미치지 못했다. 1월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으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목표치의 기준선인 3.0%를 웃돌았다.

이날 채권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향후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란 게 시장참가자들의 설명이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이날 각각 0.04%포인트와 0.05%포인트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선 이 때문에 오는 11일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 2.0%인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충격파가 예상치 못했던 수준까지 번질 가능성에도 대비해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외환시장에서 달러캐리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유승호/조진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