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은행고객 비밀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는 4일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럽연합(EU) 이사회가 역내 주민의 은행계좌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지난해 11월 결정에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시민자유위원회는 다음 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EU · 미국 은행계좌 정보공유 잠정 협약을 승인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시민자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테러리즘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의 권리가 무제한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자유위원회의 결의 채택은 미 고위 당국자들의 협조 당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어서 EU · 미국 정상회의 무산으로 서먹해진 양자 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9 · 11 테러' 직후 테러리스트 금융추적프로그램(TFTP)을 가동한 미국은 2007년 상반기부터 EU와 은행계좌 정보공유 협상을 벌였고 지난해 11월 EU 법무장관회의에서 9개월간 한시적으로 역내 주민의 은행계좌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편 유럽 내에서도 독일 정부가 탈세 조사를 목적으로 스위스 은행에서 도난당한 독일인 고객의 비밀정보를 뒷거래로 사들이기로 결정하자 스위스 정부가 강력 반발하는 등 각국에서 은행 고객정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