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가 63년 동안 무소불위처럼 휘둘러온 부산항 노무인력 채용독점권을 포기했다. 노조가 인력 채용을 독점하면서 거액을 주고받는 채용 비리 사건이 그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자구 조치라는 분석이다.

부산항운노조 이근택 위원장은 5일 "1947년 항운노조 설립과 동시에 계속돼 온 추천방식의 채용제도를 노 · 사공동의 상설기구 설치를 통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해 항만을 비롯한 전 하역사업장에서 전면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항운노조가 조합원의 채용과 인사권을 독점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이 상납되는 부정의 고리가 있었다"면서 "공개채용 방식 도입은 부정적 관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운노조는 투명한 인력 채용을 위해 '항운노조인력 공채심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했으며 여기에는 사측인 항만물류협회와 항만산업협회 등과 하역별 노조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부산항운노조는 항운노조가 설립된 이후 63년간, 부산항 개항과 함께 항운단체가 생겨난 지 130여년간 사실상 항운노무 인력을 추천방식으로 뽑아왔다. 항운 노조의 힘이 워낙 강해 견제하는 단체도 없었다.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조합원 채용을 둘러싼 금품수수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전직 위원장들이 채용을 미끼로 거액을 받았다가 줄줄이 구속됐다. 돈을 주고 일자리를 잡은 조합원은 상급자가 된 뒤 다른 추천으로 돈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노조원 채용이 동료 노조원의 추천에 이뤄지는 구조 탓이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노사는 조합원이 원하면 불이익 없이 노조를 탈퇴할 수 있는 '오픈 숍(open-shop)' 제도를 시행하기로 지난 4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입사 후 예외없이 노조에 가입하게 하고 임의로 노조를 탈퇴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유니언 숍'(union-shop) 방식은 사라지게 됐다. 석유공사 노사는 또 노조 간부의 전보를 포함한 노조의 인사권 개입을 배제하고 법무 담당직과 경영 리스크 관리직 등 경영진을 직접 보좌하는 직원을 조합원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도 5일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 연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봉제는 연공서열식 호봉임금표를 폐지하고 장기 근속자의 기본연봉 상한액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작년 말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통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상시퇴출제를 도입하는 등 노사 단체협약 가운데 34개 조항을 개정했다.

부산=김태현/주용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