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내놓은 '소프트웨어(SW) 강국 도약전략' 방안은 흔들거리는 IT 강국의 지위를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긴급 처방책으로 보인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찬밥신세'였던 SW 부문에 대한 종합 육성책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고한 것은 SW의 위상 정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종합 육성책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IT 현실에 뒤늦게나마 따라가기 위한 방편이다.

구글과 애플 등이 SW와 서비스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IT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금까지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국내 SW 분야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쳐왔으나 사실상 '백약무효'였던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SW 산업에 접근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은 기존 정책을 재생산한 측면도 있지만, SW에 대한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SW산업의 전체적인 생태계 개편 방향으로 접근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책도 시행과정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졌다는 점 때문에, 이번 종합 육성책이 시행과정에서 시장에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SW 부실화로 초래된 위기의 IT = 국내 IT 총 생산액 중 하드웨어(HW)가 73%를 차지한 반면 SW는 8%에 불과한데다, SW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선 SW 규모가 2002년 HW를 추월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SW의 비중은 30%이나 HW는 22.4%에 그쳐 국내 시장 현실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에서 임베디드SW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대기업 위주의 IT서비스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공공SW 시장에 의존하는데다, 패키지SW도 해외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규모도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SW 산업 진흥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구조 역시 학생들의 외면 등으로 해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위기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앞선 HW 경쟁력과 IT 인프라, 전자정부 경험 등 IT 테스트베드로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전략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성책 내용은 = 이번 종합 육성책은 ▲SW산업 생태계 재편 ▲융합 신수요 활용 강화 ▲고용 및 투자 확대 ▲기술개발 및 해외 진출 등을 핵심과제로 하고 있다.

생태계 재편으로는 공공부문의 경쟁구조를 혁신해 중소기업 참여비율이 높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입찰 시 기술평가에서 우대하기로 하고, 분리발주 의무화 이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대기업간 공동입찰금지 등 중소기업의 시장참여를 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하기로 했다.

또 설계와 개발을 분할하는 분할발주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하고, SW사업대가기준을 일몰제로 전환해 시장에서 SW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민간부문에서는 모바일 인터넷망 개방을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고, IT서비스 업체에 대해서는 내부거래비중이 작거나 분리회계를 상세히 공시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한편 불법복제 방지와 정보보안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베디드SW의 집중 육성도 이번 대책의 초점이다.

휴대전화 부문의 경우 국내 기업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스마트폰용 플랫폼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와 무선인터넷망 개방 등의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자동차는 차량IT혁신센터의 지원규모를 지난해 19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리고, 조선의 경우 지능형 디지털 선박통합관리 시스템 구축과 LNG 선박용 무선통신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로봇기술 사업화도 촉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디지털 기기에 탑재되는 플랫폼과 게임 등을 개발해 제품과 플랫폼, 게임의 패키지 수출을 지원하는 등 SW와 서비스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도 이번 대책에서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이처럼 SW와 산업의 융합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총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용 및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각종 인재 육성과정을 마련하고, SW 투자 펀드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2013년까지 SW에 대한 R&D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2배로 늘리고, 전략적인 해외진출 지원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선단형 진출을 장려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