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기업 파산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한 점을 악용한 '원정 파산'이 많아 국가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영국 신문 가디언이 31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독일과 그리스 등지의 회사가 편법으로 영국에서 파산 절차를 밟음으로써 채권단 처리 등에서 혜택을 봤다면서 이를 '파산 관광'이라고 표현했다.

영국에서 이런 식으로 편법 파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심지어 런던이 '유럽의 파산 처리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런던 소재 구조조정 전문 법률회사 캐드월래더 관계자는 가디언에 "영국 파산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골치 아픈 채권단을 털어버릴 수 있는 것도 파산하려는 기업에는 매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근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차기업 IMO와 그리스 통신운용사 윈드 엘라스, 그리고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쉐퍼나커를 들었다.

이들은 영국에서 몇 주 이상만 영업하면 파산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본사를 영국으로 편법 이전해 현지 주소를 갖는가 하면 영국에서 자문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만들어 활용했다는 것이다.

캐드월래더 관계자는 "미국 사람들이 절차가 쉬운 네바다주로 가서 이혼하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관련법의 허점이 손질되지 않는 한 이런 편법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IMO의 경우 이런 허점을 악용해 헤지펀드 등 '2 순위' 채권단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들 2순위 그룹은 IMO에 9천만파운드의 채권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