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업계에 애플발 태블릿PC 열풍이 불고 있지만 국내 업체는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

태블릿PC가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뀔 것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응은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패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대신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밝히거나 답변을 피했다.

LG전자는 "새로운 인터넷 접속도구로서 모바일 문화를 형성해 과거와 달리 이 시장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며, 삼성전자는 "경쟁사 신제품에 대한 입장 표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조심스러운 반응은 이들 국내 업체의 현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주요 국내 PC업체 중 태블릿PC 출시가 예정된 업체는 한 곳도 없는 형편이다.

향후 계획도 개발중이라거나 사업 계획에 없다는 등 입장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상 전무하다.

2001년 태블릿PC가 첫 출시된 이후로 해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으며 기술력을 쌓고 시장을 개척해왔지만 국내에서는 그 같은 노력도 없었다.

그나마 LG전자가 2006년 태블릿PC 'C1' 시리즈를 내놨지만, 지금은 완전히 명맥이 끊겼다.

또 태블릿PC 생산에 고도의 터치 기술과 기기 소형화 노하우가 필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언제쯤 태블릿PC 출시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애플을 비롯한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승산은 높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해외 업체들은 저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며 불꽃튀는 경쟁에 돌입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이기 전에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HP와 함께 태블릿PC '슬레이트'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구글, 델과 아수스, MSI 등 업체들도 저마다 올해 안에 태블릿PC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는 태블릿PC가 올해 1천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토마스비젤파트너는 태블릿PC 시장 규모가 올해 35억달러에서 2014년 3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는 데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며 "해외 업체의 전략을 모방하는 전략으로는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