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안포 사격으로 무모한 도발을 감행해왔다. 우리 군은 경고사격으로 대응한뒤 위협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전통문도 보냈으나 북은 '훈련'이라며 포사격을 계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도무지 종잡을 길 없는 게 북의 행태라지만,지금 상황에서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참으로 딱하다.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실무회담을 2월1일 열기로 남북은 상호 합의해둔 상태다. 불과 1주일 전 개성에서 열린 해외공단시찰 평가회의에서의 결정이었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논의중이다. 2주 전 북이 먼저 관광재개를 위해 만나자고 제의해왔는데,우리 정부는 날짜 장소를 조정해 2월8일로 하자고 수정 제안해둔 상황이다.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화의지를 분명히 하는 등 최근 유화 제스처를 취해온 것이 북이다. 물론 대미 관계 개선에도 여전히 공을 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는 한편 군이 나서 험악한 언사를 내놓더니 우리 해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포사격을 해온 것이다. 북이 NLL 무력화를 시도해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NLL 남쪽 수역까지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고 해안포대에서 오전 오후 수십발씩이나 쏘아댄 것은 험한 말,일방적 주장을 늘어놓았던 그간의 행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나름대로는 강온 양면전략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악수하자면서 다른 손엔 총칼을 내보이는 식보다는 진지하고 일관된 자세가 실리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파악할 때도 됐다. 군사 도발에 대해서만큼은 국내에서 여도 야도 구별이 없고,NLL같은 영토 문제에서는 결코 타협이나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남쪽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원칙이다. 이점 북은 다시한번 잘 인식하기 바란다.

북의 도발 의도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도 나온다. 관광 재개가 잘 안풀리자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있고,평화협정회담 제안이나 대청해전 패배와 결부한 평가도 있다. 문제는 당 · 내각과 군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다. 최고 권부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우발사태가 발생하는 상황까지도 대비해 국방 · 보안 당국은 한치의 빈틈도 없도록 만전의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