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아복의 대명사인 '해피랜드'가 성년이 됐다. 지난해 8500억원 규모인 유아복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들의 공세에도 해피랜드는 아가방앤컴퍼니와 함께 꿋꿋하게 1,2위를 다투고 있다. '해피랜드''압소바' 등의 브랜드를 운영해 온 ㈜이에프이는 지난 25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회사명을 '해피랜드F&C'로 바꾸고 새 기업이미지(CI)도 발표했다.

◆유아복부터 골프의류까지

해피랜드F&C는 아동복업체에 근무하던 임용빈 사장(58 · 사진)이 1990년 독립해 세운 '해피랜드'가 모체다. 유 · 아동복과 내의,골프의류 등 총 12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임 사장은 "어렸을 때 해피랜드 아동복을 입고 자란 소비자가 곧 부모가 돼 아이에게 우리 옷을 입힌다고 상상하니 무척 즐거워진다"며 20돌 소감을 밝혔다.
F&C는 '패션&컬처'의 약자다. 성년을 맞아 유아복 전문업체를 넘어 종합패션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임 사장은 "이에프이의 인지도가 낮아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해피랜드를 회사명에 넣었다"며 "앞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종합 패션업체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13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일본 골프의류 MU스포츠의 국내 판매권을 인수,유아복 업체론 처음으로 성인복 사업에 뛰어들어 관심을 모았다. 종합패션 기업답게 다양한 연령과 남녀를 아우르는 성인 패션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거나 인수해 공격경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출산율 저하 속에도 고속성장

해피랜드F&C의 매출은 2008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1850억원으로 15%가량 성장했으며 골프의류 MU스포츠까지 합하면 2000억원을 육박할 전망이다. 전국 800여개의 탄탄한 영업망이 강점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업에 주력했다"며 "운영 브랜드가 늘면서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졌고 가격대가 다양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아복 업체인 만큼 가장 큰 숙제는 출산율 저하다. 해피랜드는 유 · 아동복의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적 불황의 해법으로 '식스 포켓 베이비'에 주목했다. 식스 포켓 베이비란 부모,친가 조부모,외가 조부모 등 6명이 한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사회현상을 가리킨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압소바,리바이스키즈 등)를 더욱 프리미엄화해 고급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형마트용 중저가 브랜드들로 저변을 넓히는 양면전략을 편 것이 고성장 비결이다. 또 수출 비중이 높은 아가방과 달리 내수 위주였지만 중국,미국 등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해피랜드는 이름 그대로 '행복한 일터'를 지향한다. 임신한 여직원들이 출근길에 만원 지하철에서 시달리는 것을 안쓰럽게 여긴 임 사장은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춰주는 '마마 굿타임제'를 도입했고,셋째 아이를 낳으면 육아지원비도 준다. 영업 직원들을 위해 상해보험을 들어주고,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빵과 우유를 매일 준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