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 이어 21일 오전 규모 4.8과 4.9의 지진이 아이티를 연타하는 등 여진과 전염병 창궐 공포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아이티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생존자 구조와 시신 발굴에 나섰던 구조대원들은 황급히 현장에서 몸을 피했고,임시 텐트촌의 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대피하는 등 일대 소동이 빚어졌지만 큰 피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통제권을 되찾고 있다"며 포르토프랭스 외곽에 이재민 4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거주촌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마지막 생존자 수색에 나서 총 122여명의 생명을 구한 각국 구조대원들은 지진 발생 열흘째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생존자는 없을 것이란 잠정 결론을 내리고 철수를 준비 중이다

미군 파병과 유엔평화유지군(PKO) 증파에 힘입어 약탈과 폭동으로 불안했던 치안 문제는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군과 유엔은 지진으로 탈옥한 3000여명의 아이티 범죄자들에 대한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문을 닫았던 은행과 상점,이발소 등이 영업을 재개하고 일부 지역에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정상화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항구도 복구 작업을 마치고 이날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재민들은 물과 식량,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하루 수백명의 부상자들이 병원에 몰려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미국은 아이티에서 200마일 떨어진 관타나모 수용소를 구호 허브로 활용하고,미국에서 임시관제탑을 공수해 공항 관제를 원활히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루 1400여대의 구호품 수송기가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도착하고 있지만 약 10%만이 착륙 허가를 받고 있다. 약 38만명의 '지진 고아' 입양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이날 "아이티의 인프라 개선과 장기적인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임스 도빈스 전 미 아이티 특사는 "이번 지진이 인구의 80% 이상이 가난에 처한 남미의 최빈국 아이티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